“오라클이 폭탄 던졌다” ‘AI 쇼크’ 뉴욕증시 강타…장중 16% 폭락 충격 [투자360]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오라클발 충격으로 크게 요동쳤다. 오라클이 전날 장 마감 직후 발표한 실적과 대규모 자본지출 계획이 이날 정규장에 본격 반영되면서 주가가 장중 16% 넘게 급락했고, 기술주 중심 지수들이 일제히 흔들렸다. AI 인프라 확대에 대한 기대가 과열됐다는 우려가 되레 시장의 경계심을 키우며 기술주는 약세, 우량주는 강세라는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오라클은 전날 장후 실적 발표를 통해 2026 회계연도(2025년 6월~2026년 5월) 자본지출을 기존 전망보다 150억달러 늘린 500억달러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한 공격적 투자 전략이었지만,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소폭 밑돈 가운데 과도한 투자 확대가 부채 부담과 현금흐름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이 발표는 정규장이 열리지 않은 시점에서 나왔기 때문에, 충격은 다음날인 11일 장중에 집중적으로 표출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오라클 주가는 개장 직후부터 급락세를 보이며 장중 16.49%까지 폭락했다. 시장 불안을 반영하듯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09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결국 주가는 전날 대비 10.83% 하락한 198.85달러로 마감했다. 9월 장중 고점(345.72달러)과 비교하면 불과 석 달 만에 42% 이상 빠진 수준이다.

오라클의 급락은 이날 뉴욕증시 전체에 즉각적인 파장을 미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장중 한때 1.46% 하락했고, AI·반도체 종목들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같은 시각 3.27% 급락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알파벳 등 대표 기술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며 AI 성장 기대에 제동이 걸렸음을 보여줬다. 시장에서는 “오라클이 AI 투자의 조기 경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기술주가 흔들린 이날 증시에서 자금은 우량주·경기민감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1.34% 상승하며 4만8704.01에 마감했고, S&P500 지수 역시 0.21% 오르며 강보합 흐름을 유지했다. 전날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고, 제롬 파월 의장이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하는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은 점이 이러한 섹터 이동을 뒷받침했다.

이날 정규장이 끝난 뒤 발표된 브로드컴의 실적은 시장의 불안을 다소 완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 반응은 정반대였다. 오라클로 시작된 AI 투자 부담 우려가 이날 장후까지 이어졌다.브로드컴은 분기 매출과 순익 모두 시장 전망을 웃돌았고, 이번 분기 AI 전용칩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장 마감 직후 한때 3% 상승했다가 곧바로 시간외 거래에서 약 6% 급락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