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CEO “AI 매출이 非AI 매출보다 총마진 더 작아”
6분기에 걸쳐 출하될 AI 제품 수주 잔고 730억달러
2026회계연도 AI 매출 전망치 발표도 보류
12일 브로드컴 주가 11.43%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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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위치한 브로드컴 건물.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영역에서 엔비디아의 주요 경쟁자로 꼽히는 미국 브로드컴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매출 전망을 내놓았다. 브로드컴의 실적에 기술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2025회계연도 4분기(8~10월) 실적 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6분기에 걸쳐 출하될 AI 제품 수주 잔고가 730억달러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적잖은 투자자들이 이 같은 수치에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탄 CEO는 이 수치가 “최소치”라며 “향후 6분기 안에 더 많은 출하 주문을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분기에 인공지능(AI) 챗봇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으로부터 110억달러(약 16조2000억원)어치의 주문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다만 AI 제품 판매로 인해 전체 마진은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탄 CEO는 “1분기 비(非) AI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변동이 없다”면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AI 매출이 비 AI 매출보다 총마진이 더 작다”고 밝혔다. AI 산업이 생각보다 ‘돈이 안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로드컴은 시장 상황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6회계연도 AI 매출 전망치 발표도 보류했다. 탄 CEO는 내년 전망치를 두고 “움직이는 과녁과 같다”고 표현했다.
앞서 브로드컴은 4분기 실적 발표 성명에서 2026회계연도 1분기 매출을 191억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185억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또한 분기 배당금도주당 65센트로 10% 늘렸다.
브로드컴은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공동 개발 파트너다. 최근 AI 칩 업계에서 구글 TPU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체재로 떠오르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칩 시장에서 점유율이 80∼90%에 달하지만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플랫폼(메타) 등 대형 AI 업체들이 구글 TPU를 엔비디아 GPU보다 더 저렴한 대안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1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브로드컴은 11.43% 급락하면서 시총 2조달러 문턱에서 크게 미끄러졌다. 브로드컴은 지난 10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총이 1조9500억달러까지 불어났었으나 이날 마감 기준 1조70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 이후 주식 시장에는 ‘AI 거품론’ 우려가 다시 커졌다.
그간 엔비디아를 비롯해 AI 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은 AI 산업이 생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설파해왔다. 오픈AI를 비롯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막대한 규모의 AI 인프라에 설비지출(CAPEX)을 하는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을 근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맞춤형 반도체(ASIC)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브로드컴이 AI 마진 문제를 솔직하게 건드리면서 실망감이 투매를 촉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