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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박스 제공]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조선 6대 왕 단종, 이홍위. 12세에 왕위에 올랐으나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17세의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왕. ‘비운의 왕’이라는 이름 아래 후대에 단편적으로 기억되고 있는 단종은, 암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삶을 살았을까. “왕위를 빼앗긴 뒤 단종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장항준 감독)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여기서 시작한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내년 2월 4일 설 연휴를 앞두고 관객들을 찾는다. ‘라이터를 켜라’(2002), ‘기억의 밤’(2017), ‘리바운드’(2023) 등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이다. 영화는 조선 초기 강원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광천골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와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이홍위(박지훈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종’이란 역사 속 인물을 단지 계유정난(1453)이란 사건의 일부가 아니라 스크린 가운데에 놓고 주인공으로서 다룬 첫 영화다.
장항준 감독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왕과 사는 남자’ 제작보고회에서 “영월을 배경으로, 촌장인 흥도라는 인물이 한양에 변이 생겨 귀양을 오는데 기대반 설렘반으로 그를 기다리는 이야기”라면서 “촌장과, 그곳으로 유배를 오는 단종 이홍위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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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감독은 첫 사극 연출작으로 단종의 자취를 그리게 된 배경에 대해 “아내(김은희 작가)의 명이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영화계 사정이 좋지 않고, 사극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많이 처음에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다”며 “생각해보니 단종을 제대로 다룬 영화가 없었고, 이걸 집에가서 이야기 했더니 아내가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캐스팅은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남다른 내공의 배우들로 꾸려졌다. 유배지를 총괄하는 보수주인이자 촌장 ‘엄흥도’는 특유의 인간미와 위트를 자랑하는 유해진이, 왕위를 빼앗긴 어린 왕 ‘이홍위’는 시리즈 ‘약한 영웅’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박지훈이 연기했다. 수양대군을 왕위에 올린 일등공신 ‘한명회’는 유지태가, 이홍위를 보필하는 궁녀 ‘매화’는 전미도가 분했다. 김민, 박지환, 이준혁, 안재홍 등 다양한 매력을 가진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도 준비돼 있다.
유해진은 영화에 합류한 계기에 대해 “단종이 유배를 가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관계였는지는 역사책이 없다. 그런 면을 그린 영화다. 보수주인과 왕의 우정, 그리고 그 안에 녹아있는 사람 이야기가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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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흥도란 인물에 몰입하기 위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영월을 돌아다니며 생각하는 시간도 많이 가졌다. 유해진은 “엄 씨 성을 가진 지인이 ‘엄흥도’란 인물이 집안에서 크게 모시는 조상이라고 하더라.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단종의 릉인 정릉에도 가고, 영월을 돌아다니면서 그 당시 엄흥도가 가졌던 감정에 들어가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했다.
박지훈은 이번 영화에서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단지 나약하지만은 않았던 단종이란 인물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장 감독은 “박지훈이란 배우를 잘 몰랐다가, ‘약한 영웅’을 보고 힘 있는 눈빛을 가진 박지훈이 단종으로 적임자라 생각했다”며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박지훈은 유배 당시 어린 선왕을 지배했던 무기력함과 공허함 등을 효과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15kg를 감량하는 등 남다른 열정으로 배역을 준비했다. 그는 “역사적으로도 자세히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보니 대본을 통해 순수하게 접근하려고 많이 생각했다”면서 “정말 어린 이 사람이 가졌던 공허함과 무기력함을 어떻게 표현할까, 어떤 감정과 느낌을 가지고 있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유지태가 연기한 ‘한명회’도 영화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그간 여러 사극이 간교한 책략가로서 한명회란 인물에 집중했다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남다른 풍채와 위압감을 자랑했던 한명회를 좀 더 역사 속 기록과 가깝게 그려냈다. 장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한명회 캐릭터는 후대가 그를 간신, 역적으로 규정하며 상상으로 만든 것에 가깝다”면서 “당대의 기록은 한명회를 건장하고 무예가 출중한 인물로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지태는 “감독이 ‘다른’ 한명회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고, 실제로 시나리오를 보는데 캐릭터에서 굵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 “이전에는 외적으로 나약하게 그려지며 책략가 느낌이 더 강조됐다면, 이번 한명회는 풍채도 크고 멋있으며, 여성들에게도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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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이홍위를 어린 시절부터 보살핀 궁녀로, 왕위에서 쫓겨난 그와 광천골 유배길에 함께 오르는 인물이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홍위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인물로, 전미도는 매화가 가진 따뜻함과 특유의 강단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전미도는 “(매화가) 호위무사는 아니지만, 어쨌든 유배를 자처해서 갔다는 것이 목숨을 걸고 간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호위무사와 같은 마음으로 홍위를 보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매화의 인간적인 면이 많이 보여졌으면 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현장에 갔는데 그때마다 유해진 배우가 즉흥적으로 다 받아줘서 감사했다”며 촬영 뒷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설 연휴, 새로운 한해의 출발점에서 관객들을 만날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어깨는 무겁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영화계의 분위기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간간이 흘러나왔다. 올해보다 더 쉽지 않은 새해가 될 것이란 우려섞인 관측 속에, ‘왕과 사는 남자’는 그럼에도 한국 영화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장 감독은 “한국 영화계가 좋지 못하니, 우리가 책임감을 같고 다시 한번 (산업을) 붐업할 수 있는 영화를 해보자는 각오로 시작했다”면서 “영화가 좋은 성적을 내서, 함께한 좋은 시절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