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도 ‘월 1000만원’ 번다” 수천 명 우르르 몰리더니…결국, 사달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캄보디아 고위층에 부탁한 끝에 구출에 성공한 청년. 양팔에 문신이 가득하다. [SNS 캡처]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 텔레그램을 통해 동남아로 취업을 알선받은 A씨. A씨가 소개받은 고수익 알바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였다. 그는 여권을 빼앗긴 채 강압적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일해야만 했다. 이 경우 A씨는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해외 취업을 고리로 동남아시아로 이동한 이들이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선’에 있는 이들에 대한 처벌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캄보디아행 비행기 탑승자들을 대상으로 불심검문을 실시하는 공항경찰단. [인천경찰청 제공]


2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스캠 콤파운드로의 진화’에 따르면 스캠 콤파운드 구성원 중 상당수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스캠 콤파운드란 외부와 차단된 환경에서 기업형 운영 방식을 갖춘 보이스피싱 등 초국가적 범죄 조직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캄보디아 등지로 자발적 입국한 이들에 대한 처벌은 국내에서도 논쟁이 한창이다. 협박·감금·여권 압수 등 강압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처벌에 나설 경우, 가해자 처벌 중요성 희석, 법적 구제 자력 탈출 가능성 약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스미싱·피싱 등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인 규모인 만큼, 무관용 처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구인 글을 통해 ‘불법성’을 인지하고도 자발적으로 캄보디아 등으로 입국한 사례도 적잖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김장겸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스미싱·피싱 건수 및 피해 금액은 지난해 2만839건·8545억원(기관 사칭형+대출 사기형), 올해(10월까지) 1만9972건·1조566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태국 방콕 현지 조직 모집책과 나눈 대화 재구성. 이영기 기자


이 때문에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가이드라인 마련 및 입법 활동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법성의 정도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범죄 조직과 A씨 간의 대화가 단순 지인 추천 혹은 구인 광고에 그치지 않고 텔레그램으로까지 이어졌다면, 불법성 인지 여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피는 등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이스피싱 범죄사기의 초국가적 조직화 경향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법적 기반이 중요하다”며 “가해자이자 피해자의 불법성 정도를 어느 정도로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가이드라인 및 관련 입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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