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별 환율 변동성 전년比 0.07%P↑
고환율에 은행 건전성 경고등 켜져
3분기 고환율에 자본비율 0.2%P↓
장중 환율 1484원 근접 연고점 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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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8개월여 만에 1480원대를 재차 돌파했다.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 노력에도 엔화 약세와 달러 매수세가 맞물리며 환율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질 않는 모습이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하면서 은행권의 자본 적정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환율이 1% 넘게 오른 일수가 20일에 달하는 만큼 고환율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직결되는 은행 자본비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오전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84원까지 기록해 장중 연고점(1487.6원)까지 바짝 위협했다. 이에 생산적금융으로 전환이 시급한 은행권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2월 9일까지 일별 평균 환율 변동성은 0.42%였다. 지난해 1년(0.35%)과 비교하면 0.07%포인트 높아졌다. 환율 변동성이 1%를 넘긴 일수는 지난해 10일에서 올해 20일로 두 배 늘었다. 변동성이 2%를 넘긴 일수도 작년에는 없었지만 올해는 이틀에 달했다.
이 여파로 금융권에서는 이달 말일까지 집계했을 때 올해 연평균 환율이 지난 외환위기 당시 수준을 사실상 넘어서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 1400원 중반에서 등락하다가 지난 4월 9일 1487.6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차츰 떨어지다 6월 30일 1347.1원으로 저점을 찍었다. 이후 계속 오르다가 최근에는 다시 1470~1480원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1480.1원, 23일 야간 거래 종가는 1481원으로 연이어 1480원을 넘겼다. 23일 환율도 직전 주간 거래 종가보다 0.1원 내린 148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이후 1484원까지 찍었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은행의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은행 보유 자산 중 외화자산 원화환산액과 통화파생거래 신용위험 등이 커지고 더 나아가 이 요소들로 구성된 신용 위험가중자산(RWA)도 불어나기 때문이다.
위험가중자산이란 빌려준 돈을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 적용해 계산한 자산을 말한다.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은행 건전성 지표인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줄어든다.
한은이 고환율이 은행권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 3분기 고환율이 은행권 자본비율을 0.2%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자본비율은 0.5%포인트 떨어졌는데, 고환율은 그보다 더 큰 0.6%포인트만큼 자본비율을 낮췄다.
더 나아가 은행의 자본비율 하락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은행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위험성이 높은 기업 대출을 조이거나 배당 정책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향후 여건 변화 등에 대응해 은행은 신용위험 및 적정자본비율 관리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당국은 이와 같은 고환율의 원인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확대 등 수급 불균형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 간 장기 수익률 기대차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투자를 확대하고, 이 과정에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9~10월 국내 코스피(KOSPI)가 28.9% 오를 동안 미국의 S&P500 지수는 5.9%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국내 개인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순매수하고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는 상반된 매매 행태를 보였다. 한은은 “2020년 이후 개인의 국내외 주식 투자 패턴은 양자를 동시에 순매수하는 보완관계가 주를 이뤘는데 최근 일시적으로 국내외 주식간 매매 방향이 반대가 되면서 대체관계가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국내 유동성 확대, 국내외 분산투자 효과 등으로 개인투자자의 국내외 주식투자가 보완관계를 나타낸 반면 최근에는 한미 증시 간 수익률 차이, 환율 요인 때문에 해외 주식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장기적인 수익률 격차로 인해 투자자들의 수익률 기대가 국내 증시는 낮게 미국 증시는 높게 고정되면서 국내 증시의 단기 수익률이 장기 기대수익률보다 더 크게 상승하면 국내주식을 매도하고 해외주식을 매수하는 패턴이 나타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블룹버그(Bloomberg)’에 따르면 미국과 국내 주식의 장기수익률 차이는 2019년부터 5~10%포인트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에 더해 고환율을 활용하면 해외주식 투자 수익뿐만 아니라 환차익도 얻을 수 있어 해외주식의 국내주식에 대한 상대적 우위가 강화된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한·미 증시 간 수익률 기대 격차가 축소될 경우 개인 투자자금의 국내 환류가 보다 원활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장기 성과와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고환율 장기화는 우리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나 사회 전반의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 환율에 따라 금융기관의 외화자산 원화 환산액이 증가하고 자본비율이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현재 자본규제 기준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환율 수준에 따라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