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부 “위헌 소지 여전” 비난
일각선 사법부 국민불신 자초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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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사법부 내 반발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여당에선 막판 법안 수정을 통해 위헌성을 모두 제거했다는 입장이지만 법원 내부에선 “위헌 소지가 여전한 법안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안이 통과되면 법원으로선 법률의 효력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게되면서, 일선 판사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23일 정치권·법조계에 따르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국민의힘에서 곧바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섰지만, 토론 시작 24시간이 지나면 표결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할 수 있다. 22대 국회 개원 후 쟁점 법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요구로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법안 상정→국민의힘 신청으로 필리버스터 시작→민주당 주도 법안 본회의 통과’ 상황이 반복되는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도 이 수순을 밟고 있다.
이 법안은 위헌 논란을 피해 몇 차례 수정을 거쳤다. 최종안은 법원 외부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 내용으로 정해졌다.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서울고법원장이 해당 법원 판사회의가 의결한 사무 분담에 따라 전담재판부 판사를 보임하도록 했다. 관련 영장심사를 전담할 영장법관을 별도로 두도록 하고, 원칙적으로 재판을 중계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판사는 헤럴드경제에 “주체가 누구든 방안이 어떻든 특정 사건을 담당할 판사를 따로 정한다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며 여당의 태도를 거세게 비판했다. 서울 소재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최종안은 기존에 비해 위헌 소지를 상당히 제거해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어진 건 맞다”면서도 “여당이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겠다’는 심정으로 법안 통과를 강행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8일 판사 ‘무작위 배당’을 원칙으로 하는 자체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예규를 제정했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전날 전체 판사회의를 열어 관련 후속 절차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의 법안 강행으로 여기에 다시 법원 규정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의 일방 추진에 대해 야당도 반발하는 상황이다. 제1야당 대표로 헌정 사상 첫 필리버스터 연단에 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오전 11시40분께 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로 나서, 이날 오전 9시 40분을 넘기며 22시간째 반대토론을 이어갔다. 이는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로, 같은 당 박수민 의원의 17시간 12분을 훌쩍 넘긴 기록이다.
장 대표는 무제한 토론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위헌성을 부각하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조를 짜서 이날 새벽까지 교대로 본회의장을 지키며 장 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5시께 장 대표가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돌파하자 소속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를 알렸다. 이어 “의원들은 경내에 도착하는 대로 본회의장으로 입장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거에 맞서고 있는 장 대표에게 힘을 보태달라”고 덧붙였다.
사법부가 국민의 불신을 받는 상황을 자초한 측면도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자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형배 전 헌법판관은 법원행정처가 마련한 사법개혁 공청회에서 지난 11일 “사법부는 재판의 독립과 신뢰, 두 수레바퀴로 굴러간다”면서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고 생각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문 전 재판관은 “비상계엄 선포 후 1년이 지났는데도 내란 사건이 한 건도 선고되지 않은 것, 구속기간 산정 기준 변경을 내란 우두머리 사건에 적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안세연·양대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