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증여 계약’은 효력 인정받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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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복동생이 “오빠에게 집을 넘기겠다”는 내용의 자필 유언장을 남겼으나 필체가 다른 또 다른 유언장이 나왔다면 법적 효력은 어떻게 될까.
2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최근 배다른 동생을 떠나보낸 남성 A(85)씨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A씨가 세 살 무렵 그의 아버지가 다른 여성과 살림을 차리면서 이복 여동생이 태어났고, 이후 상대 여성이 집을 나가자 동생은 A씨 어머니 손에서 자랐다. 복잡한 가정사를 알고도 A씨는 동생과 각별한 남매 관계를 이어왔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던 동생은 위암 진단을 받은 뒤 투병 생활을 이어갔다. A씨는 병원 진료와 생활 전반을 도우며 곁을 지켰고, 동생은 생전에 “오빠가 아니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신이 소유한 다세대주택 한 채를 A씨에게 넘긴다는 내용의 자필 유언장을 작성했다.
하지만 동생 사망 후 유언 검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동생이 쓴 또 다른 자필 유언장이 발견된 것이다. 두 유언장의 내용은 유사했지만 필체가 다르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아울러 동생의 친어머니까지 가족관계등록부상 생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상속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얽혔다.
사연을 접한 임경미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자필 유언장이 두 장이고 필체가 다르다는 의심이 생겼으니, A씨가 갖고 있는 자필증서 유언은 없다”면서도 “형식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 하더라도, 그 문서에 동생이 사망을 조건으로 특정 재산을 A씨에게 증여하겠다는 의사가 담겨 있고, 해당 문서를 A씨에게 교부했다면 법원은 이를 ‘사인 증여 계약’으로 보아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언은 단독 행위이지만, 사인 증여는 계약이기 때문에 청약과 수승자의 승낙이 필요하다. 따라서 유언이 증여 계약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유언 내용을 고지하고, 그에 관한 묵시적 동의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며 “유언장 작성 시 날짜를 적지 않거나, 도장이나 지장이 아닌 사인만 하여 그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류상 동생의 친모가 생존해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친모가 상속인으로 존재하는 이상, A씨 형제는 상속인이 아니므로 형제끼리만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해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재자 재산 관리인’ 제도를 살펴봐야 한다. 임 변호사는 “호적상 상속인이 있으나 생사나 행방이 불명한 경우, 법원에 부재자 재산 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다”며 “A씨는 사인 증여 계약에 따른 채권자로서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신청 자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리인이 선임되면, 그를 상대로 사인 증여 계약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재산 이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