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후가 더 막막했는데”…서울시 덕에 ‘제2의 인생’ 살게 된 교습소 원장

저출산 등으로 10년 운영 교습소 닫고 자격증 취득 준비
서울시, 폐업 고민 소상공인 위한 ‘새 길 여는 폐업지원’
사업정리 컨설팅·폐업비용 지원·교육 등 전 과정 도와


서울의 한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폐업 안내문. [연합]


2015년부터 10년간 서울 영등포구에서 미술교습소와 음악교습소를 운영해 온 이정열(53) 씨 부부는 지난해 10월, 고민 끝에 교습소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운영 사정이 좋아지지 않더니 최근 몇 년간 교습소를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났다. 부부의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고 더는 버티기 어려워 10년 정든 일터를 정리하기로 했다.

이씨는 “코로나 이전까지는 그런대로 사업이 꽤 잘 됐다”며 “그런데 코로나 이후 닥친 경제 불황에 학부모들이 교육비를 아끼게 됐고 저출산으로 학생 수까지 줄면서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폐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임대로 들어간 곳이니 건물을 원상복구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처음 겪는 폐업으로 행정과 세무 절차는 물론 향후 진로에 대한 방향 설정도 막막한 상황이었다. 이때 이씨는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소상공인 종합지원 사업 ‘새 길 여는 폐업지원’을 알게 됐다.

새 길 여는 폐업지원은 서울시가 서울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추진하는 ‘소상공인 생애주기별(창업-성장-재도전) 맞춤형 종합지원사업’의 재도전기 사업 중 하나다. 소상공인의 준비된 폐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폐업을 결심하고 폐업 신고를 앞둔 소상공인이 지원 대상이다.

새 길 여는 폐업지원 사업이 지원하는 내용은 사업정리 컨설팅을 시작으로 ▷폐업 비용 지원 ▷마인드셋 교육 ▷사후 관리까지 폐업 전 과정을 지원된다.

이씨는 “폐업에도 세금, 서류 정리, 폐기물 처리 등 할 일이 많았는데 전문 컨설턴트 덕분에 어려움 없이 빠르게 일 처리를 할 수 있었다”며 “폐업비용 지원금으로 300만원까지 받았는데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 아주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가 모습. 경제난으로 위치한 상점들이 줄줄이 폐업한 상태다. ‘임대 문의’ 팻말이 걸려 있다. [연합]


폐업한 소상공인은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한다. 서울시는 폐업 과정을 마무리한 소상공인을 위해 서울시일자리센터,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 관계기관과 연계한 취업 및 일자리 지원의 사후관리까지 하고 있다.

이씨는 직업상담과 공공일자리 분야로 전환을 목표로 취업 컨설팅과 교육을 거쳐 단기 공공일자리에 참여했다. 디자인 관련 자격증 취득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아내는 간호조무사 관련 교육을 받고 있고 내년 자격 취득 후 관련 분야 취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씨는 “폐업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우울감까지 느꼈는데 나와 비슷한 분들을 만나면서 ‘나만 힘든 상황이 아니구나’ 위안을 많이 받았다”며 “교육 내용도 막연한 것이 아닌 매우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로 구성돼 폐업 이후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6년 동안 운영하던 바버샵을 지난 3월 정리한 하찬협(34) 씨도 새 길 여는 폐업지원 사업으로 도움을 받았다. 하씨는 코로나19보다는 지난해 말 계엄으로 피해를 본 경우다.

하씨는 “가게가 (서울) 양천구 특전사 앞이어서 주 고객이 군인들이었다”며 “계엄 후 부대 간부가 3분의 1이 줄어 매출이 3분의 1 이상 줄었다.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씨 역시 폐업 준비 과정에서 새 길 여는 폐업지원 사업을 알게 됐고 이를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 컨설팅을 통해 폐업 신고, 철거, 임대차 정리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받았고 임대료 지원과 전직·구직 연계 제도를 활용해 생활 안정 기반도 마련했다.

하씨는 적성검사와 경력 분석을 통해 10년 미용 경력을 접고 물류 분야 취업이라는 현실적인 진로를 택했다. 이후 지게차운전기능사, 안전지도사 1급, 산업현장관리자 1급 등 자격증 취득과 이력서·면접 컨설팅을 거쳐 물류 관련 기업 13곳에 지원해 모두 서류 합격에 성공했다. 그중 한 기업의 정규직으로 취업해 폐업 후 5개월 만에 다시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하씨는 “과거에는 폐업이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지원을 통해 폐업도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당장의 생계를 넘어 다시 재도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새 길 여는 폐업지원’ 사업을 통해 한 소상공인이 폐업지원 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이 사업이 지난해 진행한 ‘소상공인 사업재기 및 안전한 폐업지원’ 사업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30일 “지난해에는 폐업을 고민 중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 지속 여부 결정을 도왔다. 진단 결과 유지기업에는 경영개선 지원을, 한계기업에는 사업정리 지원을 맞춤형으로 지원했다”며 “하지만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늘어남에 따라 올해부터는 폐업 소상공인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개편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새 길 여는 폐업지원 참여자는 총 4001명이었다. 이 중 솔루션을 잘 이행해 지원금을 받은 참여자는 3843명이었다. 이들에게는 총 113억원이 지원됐다. 아울러 참여자 중 1370명이 서울시일자리센터에 참여, 이 중 302명이 취업과 창업에 성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에도 총 4000명의 소상공인에게 폐업지원을 할 예정”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소비침체 등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 진단, 밀착 컨설팅, 비용지원 등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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