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대 제조업 중 4개, 중국에 추월 허용…해법은 ‘선택과 집중’

中, 자동차·철강·기계·화학 수출 독주
무협 “韓기술·부가가치 집중 대응해야”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빠르게 추월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에 기술 고도화까지 더해지며 양적·질적 측면 전 부문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시장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정부 주도의 막대한 투자로 산업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기술력과 부가가치에 무게추를 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5대 주력 품목 한·중·일 수출경쟁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5년간 반도체를 제외한 기계와 화학공업에서 기존 우위를 유지함과 동시에 자동차와 철강 분야에서도 경쟁력 1위에 올랐다. 아울러 대규모 생산을 바탕으로 수출물량을 확대하는 가운데 수출 품목의 고부가가치화도 빠르게 진행하며 한국, 일본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보고서는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과 물량을 기준으로 한 ‘양적 경쟁력’ ▷글로벌 비교우위 및 부가가치를 반영한 ‘질적 경쟁력’을 종합해 3국의 경쟁력을 비교 분석했다.

한국은 5년 새 반도체산업에서 수출경쟁력 1위에 올랐지만 자동차·기계·철강 등의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하향세를 보였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한국의 고부가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증가한 결과다. 자동차산업은 수출물량과 시장점유율을 확대했지만 중국의 가격경쟁력과 친환경차 생산 확대에 밀려 경쟁력 순위가 3위로 하락했다. 기계와 철강·비철금속 수출도 일본과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약화했다. 반도체 역시 중국이 최첨단 AI 칩을 독자 개발하는 등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도 국내 제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70개사를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기업의 32.4%만이 “중국보다 기술경쟁력이 앞선다”고 답했다. 2010년 동일한 조사에서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중국보다 높다는 답변은 89.6%였으나 15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2025년 조사에서 양국 간 기술경쟁력에 차이가 없다는 답변은 45.4%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앞선다는 응답도 22.2%를 차지했다.

국내 제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더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산업의 성장이 3년 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한국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감소할 것이란 답변이 69.2%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의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응답도 69.2%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정부 주도로 막대한 투자와 함께 유연한 규제 전략을 취하고 있는 만큼 성장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여러 산업과 기업에 재원을 배분하기보다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현장을 가장 잘 아는 기업이 투자 주체로 나설 수 있게 하고, ‘메가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반도체 등 수백조원의 글로벌 투자경쟁이 일어나는 산업에서 외부 투자를 포함한 자본 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가 샌드박스는 특정 지자체를 하나의 통합 실험구역으로 설정하고 필요한 규제를 일괄 완화하는 방식으로, 미래 모빌리티 등 신산업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시쳇말로 ‘엔빵(1/N)보다는 몰빵’이라고 얘기한다”며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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