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민에 투자성과 부각위한 정치 노림수
미해결 쟁점 협상 주도권 위한 압박 신호
국회 일정 등 충분히 설명하며 대화 지속
쿠팡 사건, 협상 테이블로 가져와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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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적인 관세 인상 발언을 협상 국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거래의 기술’로 해석했다. 실제 관세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단정하기보다, 발언의 배경과 의도를 차분히 읽어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통상과 직접 관련이 없는 국내 법 집행 사안까지 협상 카드로 끌려 들어가지 않도록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28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은 한·미 간 양해각서(MOU)에서도 국회 통과를 시한으로 못 박은 사안은 아니었다”며 “법안이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대미투자가 실제로 지장을 받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위원회 구성, 사업 발굴과 평가, 집행까지는 상당한 절차가 남아 있어, 비준 지연을 곧바로 문제 삼는 것은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투자 그 자체보다는 ‘지체 가능성 차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환율 여건 등을 이유로 투자 집행 시기와 속도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한국 측 언급을 트럼프가 ‘미적거림’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시적인 투자 성과를 조기에 부각해야 하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 불이행을 빌미로 압박에 나선 것이라면, 먼저 양보할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얻어내려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도 정치적 맥락에 주목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주요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집행된 결과는 없다”며 “비준 지연을 문제 삼아 실제 투자를 앞당기려는 압박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역시 “사전 교감 없이 나온 발언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표현 자체를 중심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기 위한 압박성 메시지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내 디지털 규제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을 염두에 둔 ‘견제구’ 성격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김태황 교수는 “쿠팡 사건과 구글 정밀지도, 망 사용료 문제 등은 여전히 한·미 간에 남아 있는 쟁점”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쿠팡 사건을 통상 협상 테이블로 직접 연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위법 여부가 문제 되는 사안까지 통상 압력으로 풀려는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향후 다른 국가나 기업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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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성급히 대응할 문제가 아니라, 발언의 진의를 면밀히 파악하며 고위급 실무 협의로 관리해야 할 사안으로 봤다.
조성대 실장은 “아직 실제 관세 부과를 위한 후속 조치나 공식 문서가 나온 것은 없는 만큼, 국회 일정과 국내 절차를 충분히 설명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조속한 입법 의지를 전달하며 협상 여지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통상 전문가들 역시 한국이 진지하게 대응하되 서두르지 말고 냉정하게 트럼프 측과 대화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톰 라마지 한미경제연구소(KEI) 경제정책 분석가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정책 발표 관행을 고려하면 한국이 더 많은 양보를 제시하게 하기 위한 협상 전술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도 이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외교 채널을 통해 노력해야 하며, 거기서부터 어떤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관세 재인상 위협이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 행정부가 그린란드를 요구하면서 유럽연합(EU)을 상대로 한 사례를 포함해 무역 합의와 관련해 최근 다른 나라에 가한 위협을 보면 이런 갑작스러운 행동(관세 재인상 발표)이 최종 결론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한미국대사 대리를 지낸 로버트 랩슨은 “한국이 할 수 있는 실용적인 대응은 트럼프 측과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화해 (한미 간에) 합의가 여전히 이행되고 있고, 그렇게 하는 게 양국 모두에 이익이며, 관세 압박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트럼프 외교정책의 운용 방식은 가혹한 거래주의”라고 전제하며 “행정부는 대내적으로는 미국 산업을 위해 더 나은 합의, 대외적으로는 더 많은 안보 부담 공유를 얻기 위해 지렛대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이렇게 최대한을 요구하는 협상에는 비용이 따르고, 우리는 긴밀한 동맹들조차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하는 것을 봐왔다”면서 “가차 없는 압박은 파트너들을 다른 중견국, 또는 어떤 경우 중국을 향해 밀어낸다”고 꼬집었다. 이어 “좋은 소식은 모든 게 협상 가능하다는 점이다”라며 “거래지향적 정치에는 양면이 있다. 마찰을 일으키면서도 딜메이커(거래를 성사시키는 사람)가 활동할 공간을 만든다”고 전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힘든 협상을 지속적인 합의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양영경·배문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