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혐의…“공익 목적이었다” 무죄 주장
1·2심서 유죄…벌금 200만원, 판결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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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지난 2024년 12월, 서울 강서구의 한 무인편의점에 이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부착됐다. 초등학생 2명이 아이스크림을 훔치는 장면이 찍힌 CCTV 캡처본 2장도 함께였다.
점주 A씨가 부착한 게시물이었다. 그는 초등학생들의 어머니가 자녀의 절도 행위를 인정하지 않자 사진을 공개했다. 모자이크 없이 눈 부위만 가린 사진이었다. 해당 초등학생이 누구인지 알아보는 지인이 있었다.
초등학생들의 부모는 점주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A씨는 “공익적 목적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A씨는 게시물을 부착하기 전, 초등학생들의 어머니에게 사과와 합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A씨의 말을 믿지 않으며 화를 냈다. A씨는 “합의하지 않으면 초등학생들의 사진을 매장에 게시하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해도 된다”며 “CCTV 영상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다음 날, CCTV 영상을 확인한 어머니의 태도가 바뀌었다. 어머니는 오히려 A씨에게 “아이 말을 믿은 게 쪽 팔리다”며 “큰 벌을 받게 해달라”고 했다.
이어 “아이가 부모와 가족을 잃게 도와달라”며 “이런 아이라면 버리면 버렸지 키우고 싶지 않다. 나도 지금 아이 보낼 곳 알아보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공익 목적으로 아이들의 신체 일부를 가린 뒤 사진을 붙여놓겠다”고 답했다. 어머니는 재차 A씨에게 “(아이들의 신체를) 안 가려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 A씨는 사진이 포함된 게시물을 올렸다.
여파는 예상보다 컸다. 매장을 방문한 한 여학생은 해당 초등학생들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사진 옆 게시판에 “해당 초등학생들이 XX초등학교, XX태권도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메모를 남겼다. 게시물 부착 이틀 만에 초등학생들의 부모는 점주 A씨와 합의했다. 이후 A씨는 사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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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헤럴드경제DB] |
이 사건으로 A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두 가지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A씨 측은 “절도 예방 등 공익적 목적의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어머니가 자녀 얼굴이 공개된 사진을 부착하는 것에 동의했다”는 것이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두 가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김주완 판사는 지난해 9월,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오로지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의 어머니가 사과하지 않자 CCTV 사진을 부착하는 식으로 대응한 것이므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A씨의 행위로 나이 어린 피해자들이 상당한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의 훼손된 명예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침해된 명예 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측에서 사진 부착에 동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어머니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과 전후 맥락 등을 고려하면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발언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이를 진지한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의 발언을 진지한 승낙의 의사표시로 보더라도 사진 부착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인 피해자들의 인격 발달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행위”라며 “사진 부착에 대한 어머니의 승낙은 사회 상규에 반하므로 효력이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A씨가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3-3형사부(부장 유환우)도 지난해 12월 말,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범죄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만 가지고 있었다면 사진 속 피해자들의 얼굴 전체를 모자이크하는 등 신원 특정이 어렵게 하는 게 충분히 가능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부위만 가린 사진을 게시해 주변인들이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해 수치심을 줌으로써 절도 행위에 대해 보복하고, 피해자들의 부모가 합의에 적극적으로 응하도록 압박할 목적이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의 행위는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뿐 아니라 자력 구제를 엄격히 제한하는 우리 형사사법체계의 정신을 고려할 때 용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사진 게시에 동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2심은 “발언 맥락을 고려하면 사진 게시를 허락한 게 아니라 A씨에 대해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내용을 보면 당시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이 판결은 확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