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생 입에 닿는 식판·수저, 뭘 쓰는지도 모른다… 인천시교육청, ‘급식 위생·안전’ 손 놓았나

교육부,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 STS304’ 강종 권장
인천 초·중·고 545개교 식판·수저 재질 실태조사 전무… 교육부 지침 ‘무용지물’
규격 미달 저가 사용 우려 속 학생 건강 관리 ‘사각지대’
이럼에도 시 교육청 내 구내식당은 교육부 권장 식판·수저 사용

교육부가 권장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 STS304 강종 식판과 수저. 그러나 인천 초·중·고 545개 학교 중 상당수는 교육부 권장 주방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안전성 검증이 명확하지 않은 저가 외국산 주방용품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학생들의 건강이 우려되고 있다 .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광역시교육청이 학교 급식에서 학생들 입에 닿는 식판과 수저 등이 어떤 재질의 주방용품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전혀 안되고 있다.

그 이유는 교육부가 주방용품의 위생·안전성을 위해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서’에 따라 학생들이 사용하는 식판·수저 등은 재질이 녹슬지 않는 규정과 규격에 맞는 스테인리스 강종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시내 초등학교 269개교, 중학교 147개교, 고등학교 129개교 등 총 545개교가 학교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내달 개교 후 학교 급식 운영도 다시 시작된다.

교육부는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서’를 통해 우리나라 KS 규격 및 학교 규격에 사용되는 식판·수저 등은 재질이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 STS304(니켈 함량 8% 이상, 27종) 강종을 권장하고 있다.

위생·안전은 나몰라라… 행정 공백 속 학생 건강 방치

그러나 학교 급식에서 제공되는 식판과 수저 등은 현재 어떤 재질의 주방용품들을 쓰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 교육청이 학교 급식 식판과 식기 재질에 대해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 파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개별 구매하는 구조 속에서 교육부의 지침 준수 여부는 전적으로 학교 자율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주방용품 업계에서는는 현재 국내에는 중국산·베트남산 저가 식판·수저 등이 상당수 유통돼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에는 식기용으로 부적합한 스테인리스 STS201 등 규격 미달의 저가 강종 외국산 주방용품 상당수가 학교 급식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저가 STS201 강종은 니켈 함량이 낮아 부식에 취약하고 장기간 사용 시 중금속 등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육안으로도 구분이 어려워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저가 강종이 외관상 스테인리스 STS304 강종과 구별이 어렵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검증 없이는 학교 급식 현장에는 위생 관리의 사각지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시 교육청은 545개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의 입에 대는 식판과 수저가 교육부 지침을 지키고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규격 미달 저가 제품 국내 상당수 유통… 부식·유해물질 노출 우려

이처럼 학생들의 입에 닿는 식판과 수저가 안전한지조차 확인하지 않는 행정 현실 속에서 오히려 시 교육청 구내 식당에서는 교육부 권장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 STS304 강종을 사용하고 있다.

주방용품 업계 관계자는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의 지침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학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며 “결국 각 학교에서의 개별 구매는 돈이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저가 제품에 현혹되는 경향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급식 주방용품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규정과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현재 시 교육청을 비롯한 교육 현장의 실태는 우려스렵다. 과거에는 시 교육청에서 학생 건강과 직결된 주방용품을 직접 구매해 일괄 공급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구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학교 단위의 개별 구매는 전문적인 검수 능력을 갖추기 어렵게 만들고 결국 가격 경쟁력만을 앞세운 저가 규정과 규격에 맞지 않는 제품들이 학교 식탁을 점령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위생·안전을 위해 시 교육청 일괄 구매 필요 제기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중에서 규정과 규격에 맞지 않는 외국산 저가 스테인리스 스틸 주방용품들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며 매일 학교에서 식사하는 학생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특히 인천의 경우 우수한 제조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상 편의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저품질 제품이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된 주방용품의 위생·안전성을 위해 시 교육청 차원에서 일괄 구매 및 관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용창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교육부 지침은 안전성을 인정받은 주방용품을 사용하라는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식판·수저가 장기간 사용으로 부식될 수도 있어 학교 급식 주방용품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상세히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을 운영하는 학교에서 교육부가 권장하는 제품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는 현재 없다”며 “앞으로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교육부 지침대로 권장 주방용품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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