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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나비뭄바이의 데이터센터 내부.[블룸버그]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인공지능(AI)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의 지도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곳은 미국도, 중국도 아니다. 바로 인도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들이 수백억달러를 들고 인도로 몰려들면서, 인도는 단숨에 ‘AI 시대의 새 전장’으로 떠올랐다.
왜 하필 인도일까. 답은 단순하다. “사람이 많고, 데이터를 많이 쓰고,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디지털 소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이용자들은 동영상, 결제, 교육, 번역, 챗봇까지 AI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인도인의 60% 이상이 이미 생성형 AI를 써봤다. 빅테크 입장에선 이보다 좋은 ‘실험실’은 없다.
투자 속도도 가파르다. 구글은 인도 남동부에 150억달러를 투입해 데이터센터와 해저 케이블을 깔겠다고 밝혔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 175억달러를 인도의 클라우드·AI 인프라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아마존도 2030년까지 인도 전반에 3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 밖에서 이 정도 규모의 AI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곳은 인도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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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센터 개발은 인도 인구의 자원에 부담을 줄 수 있다.[게티이미지뱅크] |
인도 정부의 파격적인 세제 정책도 결정적인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인도는 최근 인도에 기반을 둔 글로벌 데이터 서비스 사업에서 발생하는 해외 수익에 대해 최대 20년간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했던 ‘인도 내 과세 범위’에 대한 불확실성을 사실상 제거한 것이다. 인도 법률업계에서는 “그동안 분쟁 가능성이 컸던 세금 리스크를 정부가 정면으로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 정부의 전략은 명확하다. 오픈AI나 중국 딥시크처럼 초대형 기초모델 경쟁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AI 서비스를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는 것이다. 아슈위니 바이슈나우 인도 정보기술부 장관은 “이번 조치를 통해 인도가 주요 AI 서비스 공급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풍부한 IT 인력과 영어 사용 환경 역시 인도의 강점이다. 인도는 이미 글로벌 IT 기업들의 개발·운영 거점 역할을 해왔고, 대규모 엔지니어 풀을 보유하고 있다. 시너지리서치의 존 딘스데일 이사는 “인도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용량 측면에서 다른 대부분의 국가보다 훨씬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인도는 전 세계 데이터의 약 20%를 생산하지만, 저장 비중은 3%에 불과해 데이터센터 확장 여지도 크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필요로 한다. 일부 지역 사회와 환경단체들은 “AI 허브가 지역의 전력과 물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건설 예정지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생활용수 부족과 전력 불안에 대한 반발도 나오고 있다.
고용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수백억달러가 투입되지만 데이터센터가 직접 고용하는 인력은 수백명 수준에 그친다. 매년 수백만명의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인도 현실을 고려하면, 대규모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권단체들은 일부 프로젝트를 두고 “환경적·사회적 비용이 과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