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등 ‘편가르기 인사’ 분석
유력인 연일 무죄, 내부 자성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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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형사사건 1심 전체 선고인원 중 무죄 선고인원 비율인 ‘1심 무죄율’이 1%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전산화가 이뤄진 2000년 이후 1심 무죄율이 1%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형사사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사람은 총 6415명으로, 1심 무죄율은 1.06%로 집계됐다. 한 해 전인 2024년(0.91%)과 비교하면 0.15%포인트(p) 오른 수치다.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의 1심 무죄율 통계를 살펴보면 수치 증가가 확연히 눈에 띈다. 2016년 1심 무죄율은 0.59%였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0.71%, 0.79%를 기록하며 0.7%대로 올라섰고, 2019년과 2020년엔 각각 0.82%와 0.81%로 0.8%대를 나타냈다. 이후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0.9%대를 기록했다.
법조계에서 1심 무죄율은 부실하거나 무리한 수사의 정도 및 재판 단계 공소유지 성패를 가르는 지표로 인식된다.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유·무죄 판단이 이뤄지는 하급심 첫 단계여서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실무에선 해당 사건 수사·기소와 공소유지의 ‘성적표’로 받아들여지는 면이 있어서다.
1심 무죄율의 급격한 상승을 두고 수사·기소 분리를 원칙으로 추진되고 있는 검찰개혁 국면의 난맥상이 검찰 일선 수사에 영향을 미쳐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최근 1심 무죄율의 상승은 수사권 조정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검찰이 자신의 길목을 제대로 못 지키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수사를 철저하게 하고 유죄가 확실한 사건을 기소하는 절제된 모습이 필요한데, 그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문재인 정부 때 수사권 조정을 하면서 지나친 ‘편 가르기 인사’를 했는데, 이후 윤석열 정부, 이번 정부까지 이런 인사가 계속됐다”라며 “조직의 신상필벌 원칙이 무너지고 검찰청이 문을 닫는 상황까지 오게 되니 구성원들이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제한되고 경찰이 1차적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됐던 첫해인 2021년 1심 무죄율(0.99%)은 그 전년도인 2020년(0.81%)보다 0.18%p 급증했다. 해당 기간의 1심 무죄율 증가폭이 최근 10년 통계에서 가장 컸다. 지난해의 경우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오로지 검찰개혁 국면만이 무죄율을 상승시켰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예전보다 수사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최근 특히 정치권 유력 인사, 기업인 등의 주요 형사사건에서 1심 무죄가 줄줄이 선고되고 있는데,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6일에는 성과급 등 명목으로 아버지인 곽상도 전 의원과 공모해 대장동 민간사업자 김만배 씨로부터 성과급 등 명목 거액의 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는 곽 전 의원 아들 병채 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달 28일에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닮은 꼴로 불린 이른바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 사건 항소를 포기해 이들의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사건이 늘어나는 상황을 최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4일 오후 ‘MBK 홈플러스 사건’과 관련해 “반부패3부에서 반부패2부로 재배당했다”고 밝히면서 “지난 수년간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했던 사건들에 대해 최근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고 있는 점에 대한 반성적 고려하에, ‘수사 기소 분리’의 취지를 담고 있는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 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후 사건 검토를 이어가고 있는 검찰이 이례적으로 기존 수사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로 사건 주체를 옮기면서 ‘반성적 고려’를 언급한 것이다.
한 현직 검사는 “이유 불문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것에는 검찰이 반성하고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양근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