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아이돌급 인기’로 자민당 압승…보수 결집 넘어 무당파까지 흡수

‘강한 일본’ 이미지 정치 주효
조기 해산 역풍도 지지율로 반전
정책보다 인물 구도, 정권 선택 선거로 귀결


일본 총리이자 집권 자민당 대표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도쿄 근교 우라와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지역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며 팔을 높이 들고있다. [EPA]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이 조기 중의원 총선에서 역사적 압승을 거둔 배경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적 인기와 이미지 정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경 보수 색채에도 불구하고 ‘강한 일본’을 전면에 내세운 메시지가 기존 보수층은 물론 무당파 유권자까지 끌어들이며 선거 구도를 단숨에 뒤집었다.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310석 이상을 확보하며 중의원 단독 3분의 2를 넘어섰다. 전후 일본 정치사에서 단일 정당이 중의원에서 이 같은 의석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연립 여당을 제외하면 다른 정당 가운데 50석을 넘긴 곳도 없어, 중의원 판도는 사실상 ‘자민당 1강 체제’로 재편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치적 기반이 불안정하다는 평가 속에 지난달 23일 중의원을 전격 해산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해산 직후 여론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하락하고 조기 총선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우세했지만, 선거 국면이 본격화되며 분위기는 급변했다. 일본 언론들은 “결국 판을 바꾼 것은 다카이치 총리 개인의 인기였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유세 현장에는 마치 아이돌 가수 콘서트처럼 많은 사람이 몰렸고, 다카이치 총리는 명료한 표현으로 ‘강하고 풍요로운 일본’을 만들고 국력을 강화하겠다며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자민당이 유튜브 계정에 올린 ‘다카이치 총재 메시지’는 정치 영상으로는 이례적으로 조회 수 1억 회를 넘겼고, 엑스(X·옛 트위터)에서도 자민당과 관련된 글이 작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와 비교해 늘었다.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총리가 주목받으면서 보수층도 자민당 중심으로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우익 성향 참정당은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를 늘리기는 했지만, 작년 참의원 선거 때와 같은 돌풍을 일으키지 못했다.

또 다른 우익 성향 야당인 일본보수당의 햐쿠타 나오키 대표는 개표 윤곽이 나온 이후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가 압도적이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이 혼전 지역구에서 ‘다카이치 인기’를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해 효과를 얻었다고 해설했다. 자민당 관계자도 이번 총선에 대해 ‘완전히 다카이치 총리 인기에 의존하는 선거’라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 인기 열풍에 자민당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비자금 스캔들’과 정치자금 문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과 자민당 유착 등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기존 자민당 파벌 영수와는 다른 모습의 정치인”이라며 “여성 총리라는 점, 개혁을 통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인기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일본에는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에 힘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낸다”며 “재정 적자가 나도 성장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인기 이유”라고 짚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선거 성격을 사실상 ‘정권 선택’ 선거로 규정한 것도 자민당 압승 요인으로 분석됐다.

그는 지난달 19일 중의원 해산 의사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총리직을 걸겠다’며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여도 좋은가를 주권자인 국민이 정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는 유권자가 자민당 총재인 다카이치 총리와 최대 야당 중도개혁 연합의 노다 요시히코 공동대표 중 한 명을 택하는 구도로 점차 굳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책 논쟁은 사라지고 주요 정치인의 이미지만 부각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진 연구위원은 “다카이치 총리는 여성이고, 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잘생긴 50대 남성”이라며 “이에 대항하는 중도개혁 연합의 노다, 사이토 데쓰오 공동대표는 70대 안팎의 남성으로 오래된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명예교수도 “중도개혁 연합은 이름 자체가 너무 낡았다”며 “이번에는 유권자들이 다카이치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설했다.

아울러 야당이 지역구 다수에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가장 짧은 선거전 기간에 불필요한 논쟁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실점을 최소화한 것도 자민당 승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유세를 다니면서 민감한 안보 정책과 재정 악화가 우려되는 소비세 감세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줄이고 경제 정책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