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하는 사람 보호” 공감대…기본법·근로자 추정제 논의 본격화

정부·학계 “권리 사각지대 해소 출발점”…소상공인 “부담 확대 우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모든 형태의 노동을 포괄하는 이른바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필요성을 두고 정부와 학계가 공감대를 확인했다. 기술 변화와 고용형태 다변화 속에서 기존 근로자 중심 노동법 체계로는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되면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법학회는 10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 및 근로자 추정제도 입법 토론회’를 열고, 새로운 노동 형태 확산에 대응한 법·제도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늘 논의되는 두 과제는 기술 변화와 고용형태의 다변화 속에서 기존 법과 제도로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던 ‘권리 밖 노동’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다”며 “변화된 현실과 법·제도 사이의 구조적 공백을 메워 나가기 위한 사회적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특히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대해 “살려고 나간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거나 차별받는 일만큼은 노동의 형태와 관계없이 국가가 끝까지 막겠다는 약속”이라며 “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할 원칙을 기본법 형식으로 천명하고, 개별 법률들이 그 틀 안에서 제·개정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련 법안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첫 발제자로 나선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보편적 권리 보장의 관점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모든 국민은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향유해야 하지만, 근로자인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돼 노동권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모든 일하는 사람이 향유해야 할 권리를 확인하고 법적 보호의 출발점을 제시하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며 “이 법 자체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향후 국가의 적극적 정책과 개별 노동관계법 개정을 뒷받침하는 기본 틀로 기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 추정제도’를 중심으로 근로자성 판단 구조의 한계를 짚었다. 권 교수는 “실질적으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에도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근로자성 판단의 증명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근로자 추정제도는 실질은 근로자이지만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이들이 보다 실효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합리적으로 보완하는 취지”라며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근로자성을 명확히 판단하면 불필요한 다툼이 줄고, 형식과 실질이 다른 가짜 계약 관행도 현장에서 통용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도가 노동법 체계 전반이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두고 법적 타당성과 현장 수용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제도의 취지와 방향을 분명히 하되,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이해관계자 간 이견을 조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자영업자·5인 미만 사업장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같은 날 국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향후 사회보험 부담 확대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영세 사업장의 경영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법 취지와 달리 노동자 실질 임금 감소와 영세 사업장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도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영향 분석과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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