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사려다 돼지고기”…고물가에 설 선물도 소박해졌다 [르포]

고물가에 설 선물도 ‘가성비’ 중심 이동
집었다 놓는 장바구니…체감 물가 부담


지난 9일 찾은 이마트 용산점 이벤트 존에 설 선물세트가 진열됐다. 박연수 기자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3만원 정도 생각하고 오셨으면, 헐값에 가져간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 9일 오후 4시 찾은 서울 이마트 용산점. 입구를 지나자 설 선물세트 판매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설을 일주일 남기고 동원, 청정원 등 판매자들은 소비자를 붙잡기 위한 경쟁에 열을 올렸다.

진열대에는 5만원 이하 가격대 상품이 배치돼 있었다. 판매자들도 ‘가성비’를 강조했다. 판매자 A씨는 “주로 3만~4만원대 선물세트 수요가 높은데, 올해는 더 저렴한 1만~2만원짜리 세트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판매대 앞에서 고민하는 손님들도 많았다. 회사 직원 선물을 사러 온 양보순(65) 씨는 “매년 2만5000원에서 3만원대 선물을 고른다”며 “같은 가격이지만, 세트 구성품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부담”이라고 말했다. 정현자(66) 씨도 “작년까지 300만원어치를 구매했는데, 올해는 경기가 어려워 100만원어치만 샀다”며 “특히 사과 세트 가격이 너무 올라 꼭 전달해야 하는 사람들 것만 골랐다”고 전했다.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저가 선물세트 수요는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5만원 미만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3만원대 상품 매출은 32.2% 늘었다. 롯데마트도 설 사전예약 기간(12월 26일~2월 6일), 5만원 미만 가성비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는 12월 18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5만원 내외 가격의 육포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늘었다. 3만원을 넘지 않는 견과류 선물세트 매출은 28% 증가했다.

가성비 소비는 선물세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매장 곳곳에서 물건을 집었다 놓는 소비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자(70) 씨는 “노르웨이 고등어가 1만1000원까지 올라 내려놨다”면서 “7000원에 파는 국산 토막 고등어를 대신 샀다”고 말했다. 오성은(45) 씨는 “평소 3일에 한 번 장을 봤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만 장을 본다”며 “안 오른 물건 없이 다 올라 무섭다”고 말했다.

할인 제품만 찾는 소비자도 많았다. 한 소비자는 “제일 싸게 파는 게 뭐냐”는 혼잣말과 함께 계란 판매대를 돌아봤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는 할인 상품도 선택이 이어졌다. 돼지고기를 고르던 B씨는 “할인이 많은 제품을 주로 선택한다”며 “설에 가족들과 먹을 과일도 저렴한 걸로 고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감 물가 상승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소고기 안심 1+등급의 100g 가격은 1만5512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15% 상승했다. 지난 1월 대비해서도 4.19% 올랐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삼겹살 100g도 2634원으로 4.48% 비싸졌다. 계란 특란 10구도 3941원으로 22.58% 올랐다. 2월 고등어 수입산 대 크기 1손 가격은 1만608원으로 전년 8627원 대비 22.96% 올랐다.

한편 농식품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물가 안정에 힘쓰고 있다. 설 10대 성수품은 계획보다 약 2배(111.5%) 초과 공급 중이다. 홈플러스에 미국산 계란 공급도 이어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할인지원하는 돼지고기 판매대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박연수 기자


홈플러스 잠실점에서 미국산 백색 신선란이 판매되고 있다. 박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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