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압승후 시험대 오른 중일 관계…시진핑 선택은?[디브리핑]

대만 발언 철회 못한 일본, 압박 이어갈지 출구 찾을지 중국 고민
미·중·일 삼각관계 속 외교·안보 긴장 재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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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역사적 선거 승리 이후 중·일 관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압도적 의석 확보로 외교·안보 정책의 재량이 커진 일본과, 대만 문제를 둘러싼 ‘레드라인’을 지키려는 중국 사이에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양상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조기 총선에서 과반을 넘어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하며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중국이 일본에 대한 경제·외교적 압박을 강화해온 시점과 맞물린다. 다카이치는 지난해 의회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일본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중국의 수출 통제와 관광 제한 조치 등 압박을 받아왔다.

2026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

중국 지도부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일본에 대한 압박을 유지할지, 아니면 장기적 관점에서 관계를 안정화할 출구를 모색할지다. 다카이치는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지만, 대만 관련 발언을 철회하는 것은 국내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다카이치의 강한 국내 지지로 정권이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국도 결국 관계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공식 반응은 냉담하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의 선거 결과로 중국의 대일 정책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발언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중국 내 분석가들 역시 다카이치가 승리를 계기로 베이징에 먼저 유화적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베이징 소재 싱크탱크 관계자는 “서방 주요국들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흐름 속에서 일본도 현실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중·일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부담스러운 변수다. 트럼프는 핵심 안보·경제 파트너인 일본을 지지하는 동시에, 중국과 유지 중인 취약한 무역 휴전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다카이치는 다음 달 백악관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참석할 예정인데, 이는 트럼프의 중국 방문을 앞둔 시점과 맞물린다.

트럼프는 선거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다카이치의 “힘을 통한 평화” 노선을 치켜세우며 동맹국들의 국방비 증액을 촉구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도 “일본이 강할 때 미국은 아시아에서 강하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가 2024년 당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모습. [교도 연합뉴스]

일본 내부에서는 강경 기조가 더 뚜렷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카이치는 최근 TV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위해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민당은 중의원 3분의 2 확보로 헌법 개정안 발의 요건도 충족했다. 다카이치는 전후 체제의 상징인 평화헌법 개정을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인물이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긴장이 반드시 장기화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12년과 2014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압도적인 선거 승리 이후 집권했을 당시, 영토 분쟁으로 악화됐던 중·일 관계가 시간이 지나며 점진적으로 개선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만 문제가 직접적으로 얽혀 있어 중국이 압박 수위를 쉽게 낮추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라시아그룹의 중국·일본 담당 선임 분석가인 제레미 챈은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내각에 누구를 기용할지, 워싱턴 국빈 방문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중국의 위협에 맞서 일본 방어력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실제로 이행할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중·일 관계의 방향성이 바뀌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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