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시사 클로이 김 ‘여제의 품격’…최가온 끝까지 챙겼다[2026 동계올림픽]

‘샛별과 여제.’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가온(왼쪽)이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획득한 뒤 미국의 클로이 김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

 

친여동생 같은 최가온이 3연패 저지
최가온 “‘나 이제 은퇴한다’며 웃더라”
클로이 “가온이 멘토로 최선 다할 것”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여제’ 클로이 김(25·미국)이 친동생처럼 아끼는 모국 후배 최가온(17·세화여고)의 올림픽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올릭픽 3연패를 목표로 부상을 안은 채 출전한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까마득한 후배 최가온이 자신을 2위로 밀어낸 순간에도 그랬다. 아쉬운 감정 대신 대견하고 장하다며 눈을 마주치고 활짝 웃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2008년생 최가온이 3차 시기에서 90.25점을 따내 2차 시기까지 수위를 달리던 클로이 김(88점)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인 부모를 둔 재미동포인 클로이 김은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한 ‘절대 강자’였다. 이번 대회까지 3연패를 이루고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오는 화려한 시나리오의 끝을 꿈꿨다.

대회를 한달 여 앞두고 어깨부상을 당했지만 이런 유종의 미를 위해 완치를 위한 치료도 미룬 채 이번 대회에 나섰다. 그런데 친한 여동생 최가온이 이를 저지하고 세대교체를 이룬 것이다.

둘은 경쟁자이기 이전에 경기장 안팎에서 돈독한 우애를 다져온 사이다. 최가온은 클로이 김을 롤 모델로 우러러보며 세계적인 선수가 됐고, 클로이 김은 최가온을 동생처럼 아낀다.

이번 올림픽 기간 기자회견에서도 클로이 김은 “가온이를 아주 어릴 때부터 봐왔고, 정말 좋아한다. 이런 큰 무대에서 그를 보는 건 정말 감회가 새롭다”면서 최가온을 볼 때 “가끔은 거울로 나와 우리 가족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며 각별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클로이 김이 최가온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일도 있다. 최가온이 선수 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해외 훈련 중 부상을 당하자 같은 곳에 있던 클로이 김이 통역을 해주며 도왔고, 밥도 함께 먹으며 여러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지금의 최가온을 있게 한 스승인 미국 매머드 마운틴의 스노보드·프리스타일 스키 디렉터 출신의 벤 위스너 코치도 클로이 김 아버지의 소개로 연결돼 이번 올림픽까지 최가온과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최가온이 시상대에 올라 태극기를 펼치고 있다. 왼쪽은 은메달을 딴 미국의 레전드 클로이 김. [연합]

대회에서 우승하면 아낌없이 축하도 하는 사이지만, 처음으로 맞붙은 올림픽 무대의 승부는 양보가 없었다. 결선에서 최가온이 1차 시기에 실수로 넘어진 사이, 클로이 김이 88점을 따내며 3연패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1차 시기에서 무릎을 다치며 통증을 느낀 최가온이 2차 시기마저 제대로 펼치지 못하면서 클로이 김의 3연패가 더 확실해지는 듯했으나 최가온은 3차 시기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클로이 김의 1차 점수를 밀어냈다. 그리고 3차 시기 마지막 선수로 나선 클로이 김이 도중에 넘어지면서 왕좌의 주인이 결정됐다.

클로이 김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최가온은 “당연히 제가 1등을 하고 싶었지만, 저도 모르게 클로이 언니를 응원하고 있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경기를 마치고 언니가 ‘나 이제 은퇴한다’면서 무척 좋아하더라. 진짜인 것 같았다”고 전한 최가온은 “너무나 우상이다 보니 정말 좋아하고 응원도 해서 조금 느낌이 이상하긴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올림픽에서 3연패 달성은 이루지 못했지만, 좋아하는 동생과 함께 시상대에 선 클로이 김은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다. 클로이 김은 “가온이는 ‘마이 베이비’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내가 멘토들을 넘어뜨렸을 때 그들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것 같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인데, 정말 특별한 순간”이라고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제가 영원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훌륭한 선수들의 손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이 기쁘다”는 클로이 김은 “제 멘토들처럼, 저도 가온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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