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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알리나 체비크(Alina Chevik) 연출가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외부적인 비난이 그를 압박한다면, 옥주현은 안나 카레니나 그 자체가 될 수도 있어요.”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몇 해 전 이른바 ‘옥장판’ 사태로 불리는 캐스팅 개입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뮤지컬 배우 옥주현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이번엔 7년 만에 돌아오는 ‘안나 카레니나’의 회차 배분 불균형이다. 일련의 논란에 알리나 체비크(Alina Chevik) 연출가는 ‘정면 돌파’로 사태를 수습했다.
최근 공개된 ‘안나 카레니나’의 캐스팅 일정에 따르면 38회의 회차 중 옥주현의 출연 회차는 23회에 달했다. 안나 역으로 이름을 올린 이지혜는 8회, 김소향은 7회에 그쳤다.
통상 더블, 트리플로 배우들의 캐스팅이 결정될 때, 제작사는 정확하게 1/2, 1/3로 회차를 분배하나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회차 배분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심지어 김소향의 경우 7회 공연 중 5회가 낮 공연으로 쏠려 있었다. 김소향은 이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밤 밤 밤. 할많하말(할 말은 많지만 하지 말자)”이라는 글을 남겨 논란은 더 커졌다.
체비크 연출가는 ‘안나 카레니나’(20일 개막, 세종문화회관)의 개막을 앞두고 한국 기자들과 만나“ 회차 배분은 배우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제작사, 러시아 원작자, 배우들 간의 충분한 협의를 거친 결과”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나 그는 “러시아에선 상황에 따라 회차 분배는 늘 유동적이며, 특정 배우 개인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논란이 과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는 마음을 비쳤다.
무엇보다 체비크 연출가는 옥주현에 대한 신뢰가 컸다. 그는 “옥주현은 초연부터 함께해온 배우로, 연출자로서 보기에 매우 프로페셔널하며 작품에 필요한 거대한 에너지와 성량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세계 문학사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남긴 걸작이다. 19세기 후반 러시아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매혹적인 귀부인이자 유부녀인 안나가 우연찮게 브론스키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며 겪게 되는 비극의 소용돌이를 그렸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첫 문장이 회자하는 바로 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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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출연 회차 불균형 논란에 휘말린 옥주현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
뮤지컬은 결혼과 사랑, 불륜으로 뒤얽힌 안나와 브론스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체비크 연출가는 2026년 현재로 소환하며 ‘사회적 시선’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는 19세기의 보수적인 귀족 사회가 안나에게 가했던 압박이 오늘날 SNS나 대중매체를 통한 여론 형성 과정과 닮았다고 본 것이다.
체비크 연출가는 “어떤 사람의 실수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매우 쉽지만, 비난받아야 할 선을 누가 정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의 사생활이나 실수가 미디어를 통해 증폭되고 대중의 심판대에 오르는 것은, 안나가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주홍글씨’가 새겨진 채 파멸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깊은 곳에는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없다. 그것은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는 성경 구절이 흐르고 있어요. 미디어를 통해 특정 인물을 몰아붙이는 행위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관객과 나누고 싶어요.”
연출가의 통찰은 옥주현을 둘러싼 논란과도 이어졌다. 그는 “돌을 던지는 것은 쉽다. 하지만 왜 던지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며 “사회가 그렇다고 하니, 혹은 소문이 그렇다고 하니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다만 체비크 연출가 역시 처음부터 안나를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소설을 읽었을 때 안나의 행동들이 너무나 화가 났고, ‘그냥 기차에 치여 죽어라’라고 생각할 정도로 싫었다”고 고백했다.
연출가로 안나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는 사랑 없는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 행복을 갈망했던 한 인간의 투쟁을 마주하게 됐다. “나였다면 안나처럼 사회에 맞설 용기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안나를 이해하는 시작점이 됐다.
체비크 연출가는 “19세기 이야기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보편적인 감정을 불러오는 작품”이라며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현대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더욱 흥미롭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