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댕냥이도 보험 들어줘야 하는데” 가입 망설이는 이유는 ‘보험료’

펫보험 원수보험료 첫 1000억 돌파
치료비 2배 뛰니 보험 가입 관심도 ‘쑥’
수술비 보장 넘어 일상·엔딩 케어까지
가입률 높이려면 제도 개선 수반돼야


지난해 펫보험 원수보험료가 1287억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6배로 불어난 가운데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제도적 과제가 동시에 두드러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600만에 육박하면서 펫보험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원수보험료가 전년 대비 61% 늘며 1200억원을 넘어섰고, 보험사들은 스케일링·건강검진 등 일상 케어부터 장례비·펫로스 상담까지 보장 범위를 양쪽으로 넓히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펫보험 시장은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 관련 제도적 기반 정비가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연평균 성장률 57%…자녀보험처럼 가입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펫보험을 취급하는 13개(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라이나손해보험·예별손해보험·마이브라운) 손해보험회사의 합산 원수보험료는 12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799억원)과 비교해 61.1% 증가한 수치이며, 4년 전인 2021년(213억원)보다 6배 불어난 수준이다. 최근 4개년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약 57.35%에 달한다. 신계약건수와 보유계약건수도 지난해 각각 12만9714건, 25만1822건을 기록해 전년 대비로 39.4%, 55.3%씩 늘어났다.

펫보험 시장은 초기 들쑥날쑥한 매출에서 벗어나 자녀보험과 같이 꾸준하게 팔리는 보험 상품으로 정착하고 있다. 과거에는 메리츠화재를 비롯해 삼성화재 등에서 펫보험 시장 내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KB손보 등이 신규 매출에서 선전하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몇몇 보험사에서만 주로 취급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손보사가 펫보험을 운용하며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치료비 2년 새 ‘쑥’…“펫보험 알죠”


반려가구의 증가와 치료비 부담 확대가 펫보험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KB금융지주에서 발간한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591만으로, 전체 가구의 26.7%에 달한다. 반려인 수로는 1546만명에 이른다. 특히 반려동물 치료비는 최근 2년간 평균 103만원으로 이전 조사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치료비로 100만원 이상 지출한 가구도 전체의 26.2%에 달한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펫보험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펫보험 인지율은 91.7%로 2018년(59.5%)보다 30%포인트 넘게 올랐다. 지난해에는 3월 의료비 보장 비율 70%·자부담금 3만원 표준화 등 제도 개선을 앞두고 시행 직전 ‘절판 효과’로 1분기 판매가 급증한 영향도 있었다.

펫보험 상품은 과거 수술비 중심에서 ‘일상 케어’와 ‘엔딩 케어’ 양쪽으로 확장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상 케어 측면에서는 스케일링·치주질환 보장이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았고, 건강검진 비용 지원이나 산책 연동 보험료 할인 같은 예방 중심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장례비 실비 보장, 펫로스 심리상담·위로금 등 반려동물 사후까지 돌보는 ‘엔딩 케어’ 담보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DB손보는 반려동물 장례 브랜드 ‘포포즈’를 운영하는 펫닥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장례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가입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10세 이상 고령견을 위한 시니어 플랜, 병력이 있어도 가능한 간편가입, 다견·다묘 가구를 위한 할인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비문(코 주름) 등록 할인, 24시간 수의사 원격상담 같은 IT 기반 부가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상품 경쟁이 다양화되고 있다.

일본은 가입률 21%…“제도 인프라가 열쇠”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대비 펫보험 가입률은 업계 추산 미등록 가구 등을 고려할 때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같은 보고서에서도 반려동물을 위한 별도 자금을 운용하지 않는 반려가구 중 34.1%가 향후 ‘펫보험 신규 가입’을 1순위로 꼽아 수요 기반은 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펫보험 시장은 약 1조3000억원 규모로, 가입률이 21%대에 달한다. 동물병원에서 보험증을 제시하면 자기부담금만 결제하는 ‘창구정산’ 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가입 편의성이 높아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국내에서도 최근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인 마이브라운이 보험금 현장 정산 방식을 도입하면서 가입 편의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현재 가입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은 ‘보험료 부담’(50.6%)이다. 가입자 풀이 아직 충분치 않다 보니 보험료가 내려가기 어려운 구조인 데다, 반려동물 등록제나 배상책임보험 의무화 등 시장 성장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도 미비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결국 반려동물의 건강보험인데, 보험만의 문제가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 자체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면서 “자동차를 소유하면 의무보험에 가입하듯이, 반려동물도 등록·교육·책임보험이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건강보험 가입도 따라오고, 가입자가 늘면 보험료도 내려가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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