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산골마을 ‘총기난사’ 그놈…당국 규제 불붙였다[디브리핑]

캐나다 산골학교 수업중 총기난사 참극…9명 사망·25명 부상

피의자, 총기 면허 만료돼도 권총 소지

정부, 공격형 총기 제조 금지하고 총기 반납 프로그램 운영 등 규제 강화에도 한계

“총기 반납하라” 반발 목소리도

지난 10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소도지 텀블러 리지의 중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 제시 반 루트셀라(18).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 10일(현지시간) 캐나다 서부 산골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당국의 총기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이웃국가인 미국보다 총기 관련 사건이 현저히 낮았지만,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그간 총기 규제가 느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텀블러 리지 마을의 한 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이틀 후, 사람들이 임시 추모비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로이터]

미국 CNN, 영국 BBC 등 보도에 따르면 10일 오후 1시20분 밴쿠버에서 북동쪽으로 1000km 이상 떨어진 소도시 텀블러 리지(Tumbler Ridge)의 한 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이번 총격 사건으로 피의자를 포함해 9명이 숨졌고, 이번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근 주택에서도 2명이 추가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상자는 25명 이상으로, 이 중 2명은 생명이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인 제시 반 루트셀라(18)는 정신건강 이력이 있는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도 총기 면허…2020년 전체 면허 소지자 220만명

 

지난 10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텀블러 리지 마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학생들이 두 손을 들고 건물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로이터]

캐나다는 엄격한 총기 규제법을 시행하고 있어 학교 총격 사건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에 따르면 캐나다의 총기 살인율은 인구 10만 명당 0.5명으로 미국(10만 명당 4.12명)보다 크게 낮다.

총기 허용 국가인 캐나다는 면허가 있으면 총기 소유가 가능하다. 총기 면허를 받으려면 만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총기 안전 교육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면허는 5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다만 사냥이나 사격대회 목적에 한해 12~17세 청소년도 ‘청소년 면허(minor’s licence)’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소총·산탄총 등 비제한(non-restricted)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 12세 미만에 대해서도 생계와 가족 부양을 위해 사냥이 필요한 원주민 아동의 경우 예외적으로 총기 사용이 허용된다.

사냥을 생업으로 하는 원주민의 경우, 총기 면허 취득을 위한 안전교육 과정이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렵거나 비용이 과도할 때는 공동체 원로의 추천을 통해 대체 인증을 받아 총기 사용이 허용된다.

캐나다 왕립기마경찰(RCMP)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총기 면허 소지자는 220만명 수준이다. 이들 대부분은 인구가 가장 많은 온타리오·퀘벡에 집중돼 있었고, 앨버타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가 뒤를 이었다. 2019년 앵거스 리드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내 총기의 대부분은 농촌 지역에 있으며, 주로 사냥과 레저 사격에 사용됐다.

2020년부터 총기규제 강화…공격형 총기 2500종 이상 제조 금지

 

지난 11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림비아주의 소도시 텀블러 리지의 한 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난사 사건으로 학교 주위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모습. [로이터]

하지만 캐나다는 2020년 4월 노바스코샤주에서 역사상 최악으로 손꼽히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총기 소유를 제한하는 등 규제를 점차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캐나다 역사상 가장 참혹한 총기 난사 사건 중 하나로 2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캐나다 공공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 5월 이후 AR-15 소총 등 공격형 총기 2500종 이상의 제조·모델이 금지됐다. 2022년에는 권총의 판매, 구매, 양도 등도 동결됐다. 다만 농민과 사냥꾼들의 반발로 일부 소총·산탄총 유형을 금지하려던 시도는 철회됐다.

캐나다는 2023년 12월 관련 법안을 추가로 제정해 특정 총기 종류의 신규 제조·모델을 금지하고 총기 밀수·불법 유통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으며, 불법 제작 총기 관련 범죄를 신설했다.

특히 캐나다는 또 금지된 공격형 무기 소유한 이들에 대해선 수백만달러 규모의 자발적 바이백(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해 총기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10월까지 총기를 반납할 경우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3월까지 총기를 반납한 이들은 보상금도 받을 수 있다.

총격범 면허는 만료…총기 회수 프로그램도 여전히 한계

 

지난 11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의 가이 파브로 복합단지에서 캐나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AFP]

하지만 루트셀라는 총기 면허가 이미 만료된 상태이고, 과거에 무기를 압수당한 적이 있으나 이후 반환된 것으로 나타나 총기 규제망이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장총과 개조된 권총 각 1정을 회수했다.

BBC는 “캐나다에서 총격 사건은 드물며, 특히 미국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면서도 “다만 전체 살인 범죄 중 총기 관련 살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잉글랜드·웨일스나 호주보다 캐나다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총기 매입 프로그램 도입에도 총기 회수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엘버타, 새스캐처원 등 일부 주 정부는 비용 부담과 함께 프로그램 수행 공무원의 안전 위험을 이유로 매입 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연방정부에 따르면 등록된 권총 수는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71% 증가해 약 110만정에 달하고 있다. 2017년 소형무기조사는 캐나다 민간인의 총기 보유량을 1270만 정으로 추정, 인구 100명당 총기 34.7정 수준으로 추산했다.

노바스코샤 세인트메리대의 총기 규제 전문가 블레이크 브라운 교수는 “캐나다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서도 민간 총기 소유율이 꽤 높은 편”이라며 “총기 소유자들의 반대 등으로 매입 프로그램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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