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쿠르드 지도자와 통화했다” ‘대리지상전’ 통한 체제전복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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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이 제3국을 통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물밑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라크 쿠르드족 반군이 이란 국경을 넘어 지상전에 투입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5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에서 이스라엘 공습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 [AP] |
이란이 제3국을 통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물밑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라크 쿠르드족 반군이 이란 국경을 넘어 지상전에 투입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쿠르드 반군 관계자들은 “미국이 우리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지만, 백악관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백악관은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대화를 했다고 밝혀 지상군 투입에 부담을 느낀 트럼프 행정부가 쿠르드족을 지원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전쟁에 반(反)이란 세력인 쿠르드 민병대가 참전하면서 중동 전쟁이 새국면을 맞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이 사안을 보고받은 중동 및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이란 정보당국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다음 날 제3국 정보기관을 통해 CIA에 간접 접촉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은 분쟁 종식 조건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 측 관료들은 단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나 이란이 실제로 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백악관과 이란 당국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CIA도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란은 미국과의 물밑 협상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군사·안보 총괄권을 가진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오만의 중재를 통해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라리자니는 지난 2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해당 보도를 부인하며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메네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모하마드 모흐베르 역시 이란 국영방송에 출연해 “이란은 미국과 어떤 형태의 접촉도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미국 정부와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같은 날 엑스에 “복잡한 핵 협상이 부동산 거래처럼 취급되고 큰 거짓말이 진실을 덮을 때 비현실적 기대는 충족되지 않는다”며 “앙심을 품고 협상장을 폭격한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협상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전날 트루스소셜에 “그들의 방공망과 공군, 해군, 리더십 모두 사라졌다”며 “그들은 대화를 원하지만 나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NYT는 이란 지도부가 공습으로 큰 타격을 입고 내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이 같은 물밑 접촉 시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전략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을 어떤 수준에서 끝낼지, 또 이후 어떤 형태의 이란 정부를 상정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군이 테헤란 동부의 대형 이란군 복합시설을 집중적으로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100대 이상의 전투기가 동원돼 해당 시설에 약 250여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해당 복합단지에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을 비롯해 정보국, 바시즈 민병대, 사이버 부대, 군 인터넷 운영 조직, 반정부 시위 진압 부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이 시설이 이란 군사 지휘와 정보 활동의 핵심 거점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란도 강경 대응을 경고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역내 군사·경제 인프라를 완전히 파괴할 준비가 돼 있다”며 “중동에서 계속되는 미국의 장난과 속임수, 협잡의 대가는 모든 군사·경제 인프라의 완전한 파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 교체를 시도할 경우 이스라엘 핵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반관영 통신 ISNA는 익명의 이란 군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슬람 공화국의 정권 교체를 추진한다면 이란은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의 디모나 핵 시설을 공격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쟁 양상은 지상전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날 미국 폭스뉴스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라크 내 쿠르드족 반군 수천명이 이란 국경을 넘어 지상전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투원들 상당수는 이라크에 거주해온 이란계 쿠르드족으로, 이란 북서부 지역으로 이동해 현 정권에 맞서는 봉기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란계 쿠르드 민병대 조직으로 수천명의 무장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 역시 이라크 북부에서 활동하는 반이란 쿠르드 단체들이 이란으로 넘어가 군사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르디스탄자유당(PAK)의 관계자인 칼릴 나디리는 일부 병력이 이란 접경 지역으로 이동해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도 쿠르드 세력과 협력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서부 이란에서 활동하는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란 내부 봉기를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쿠르드족은 인구 약 3000만~4000만명 규모의 산악 민족으로 서아시아에서 아랍인, 튀르키예인, 페르시아인 다음으로 큰 민족 집단으로 꼽힌다. 이란 내 쿠르드 세력은 오랜 기간 정부와 갈등을 겪어온 대표적인 반정부 세력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쿠르드 반군은 반이란 세력 가운데 가장 조직적인 집단”이라며 “수천명의 훈련된 전투원이 참전할 경우 이란 정권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쿠르드족 지원설을 부인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 지도자들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이 이란 체제 전복을 위해 쿠르드 무장세력을 지원하는 계획에 동의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정부 역시 쿠르드 전투원들이 국경을 넘어 이란으로 들어갔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자치정부 관계자는 “국경을 넘은 이라크 쿠르드 전사는 단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