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재력가’ 33살 남친 돈 4억 훔친 女…도리어 남친이 잡혀갔다, 무슨 일?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A(여) 씨는 지난해 7월 경기 군포시의 한 은행에 100만원권 수표 5장을 가져가 현금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수표는 ‘60억 재력가’인 남자친구 B(33) 씨에게서 훔친 것이었다. B 씨에게는 100만원권 수표가 5974장이나 있었는데, A 씨는 B 씨와 결별하며 그의 수표 중 400장(4억원 상당)을 훔쳤다.

그런데 은행 직원은 현금을 바로 내주지 않고 A 씨를 흘깃거렸다. 수표가 위조된 것이었던 것. A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수사 결과 남자친구 B 씨는 해당 수표를 2021년 8월 인쇄소 업자에게 “유튜브 촬영용 소품을 만들려 한다”고 속여 인쇄해달라고 해 제작한 것이었다.

그는 일반 수표와 유사한 재질의 용지를 구해 동일한 크기와 두께로 인쇄하고 포토샵을 이용해 기존 수표의 일련번호를 지운 뒤 무작위로 추출한 57개의 새로운 일련번호를 넣는 방식으로 위조수표를 만들었다.

인쇄소 업자는 가짜수표임을 표시하려 해당 수표 뒷면에 ‘견본’이라는 글자를 새겼지만, B 씨는 여기에 자신의 인감도장을 찍어 실제 수표처럼 위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신분을 숨긴 채 지갑에 다량의 위조수표를 넣고 다니며 여성들에게 재력을 과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를 위조유가증권 행사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고, B 씨는 위조유가증권 행사 및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부장 유지연)의 판단은 달랐다. A 씨와 B 씨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보면 두 사람은 해당 수표가 위조가 아닌 진짜라고 전제하고 대화해 A 씨가 이를 위조수표로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형법은 행사할 목적으로 유가증권을 위조·변조하거나 허위 내용을 기재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A 씨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판단했다.

B 씨의 경우 위조 수표를 제작한 사실은 있으나 실제 사용하거나 행사한 적은 없었다. A 씨에게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 등을 통해 위조수표를 촬영한 영상만 보냈을 뿐이다. 대법원은 2008년 컴퓨터 스캔 작업으로 만들어진 위조 이미지 파일은 문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판례를 근거로 영상 등으로 B 씨가 위조수표 촬영 영상을 A 씨에게 보낸 것은 법률상 문서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A 씨에게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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