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권 생존 가능성 높아…붕괴보다 내전이 더 위험” 왜

블룸버그, 버나드 헤이켈 프린스턴대 교수 인터뷰
“이란 무너지면 9200만 인구 내전” 경고
“빈살만도 두려워하는 건 약한 이란 아닌 ‘붕괴한 이란’”
“호르무즈 흔들리면 세계 경제 충격”…전쟁 장기화 경고


버나드 헤이켈 프린스턴데 교수 [프린스턴대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이란 정권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위험한 시나리오는 내전이다.”

중동 역사·이슬람 전문가인 버나드 헤이켈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의 향후 전망을 이같이 진단했다. 헤이켈 교수는 중동의 역사·종교·사회 변화를 장기적 관점에서 분석해온 학자로, 프린스턴대 현대 중동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와도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 대립구도…‘현상 유지 세력’ vs ‘수정주의 세력’


헤이켈 교수는 이번 전쟁을 이해하려면 중동의 구조적 대립 구도를 먼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동을 크게 ‘현상 유지 세력’과 ‘수정주의 세력’으로 구분했다. 현상 유지 세력은 경제 발전을 위해 평화와 안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국가들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수정주의 세력은 중동의 권력 구도와 지도를 다시 그리려는 국가들로, 헤이켈 교수는 이란과 이스라엘 우파를 동시에 여기에 포함시켰다.

그는 “이란은 이스라엘의 파괴를 원하고, 미국의 군사적 존재뿐 아니라 경제·정치·문화적 영향력까지 중동에서 몰아내려 한다”며 “이스라엘 우파 역시 자신들의 정치 의제에 따라 중동을 재편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수정주의 세력 중 하나인 이스라엘이 그 시도를 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장거리 미사일 파괴된 이란…남은건 드론·단거리 미사일”


헤이켈 교수는 이란이 UAE,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걸프 국가까지 공격한 이유를 현재 이란이 보유한 무기 체계에서 찾았다.

그는 “이란은 존립 위협을 받으면 공격을 광범위하게 확대하고 석유·가스 운송을 교란하겠다고 아랍 지도자들에게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당시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이스라엘에 의해 크게 파괴됐지만, 단거리 미사일과 드론은 상당수 남아 있었다”며 “그래서 지금 걸프 국가들에 더 많은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테헤란의 석유 저장 탱크를 공격해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UPI]


“정권 유지·개혁 체제·정권 붕괴 시나리오…가장 위험한 건 내전”


헤이켈 교수는 이란의 향후 시나리오로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는 현 체제가 유지되면서 수정주의 성격이 더 강해지는 경우다.

둘째는 이른바 ‘베네수엘라식 해법’이다. 정권은 유지되지만 보다 온건한 지도부가 등장해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형태다.

셋째는 정권 붕괴다. 하지만 그는 이 시나리오가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페르시아계 인구가 전체의 약 절반에 불과하고 발루치, 쿠르드, 아제리, 아랍계 등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외부 세력의 지원 속에 이들 집단이 무장하게 되면 국가가 분열되고 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헤이켈 교수는 “인구 9200만 명의 국가가 실패국가로 전락하면 이란뿐 아니라 중동 전체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란 정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1월 리알화 폭락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를 수천 명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강경 진압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 정권은 여전히 최소 국민의 20% 지지를 받고 있고, 권력 유지를 위해 무력 사용도 서슴지 않는 강인한 체제”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로이터]


헤이켈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후 시나리오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채 전쟁을 시작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면 정권이 곧바로 미국과 타협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초기 공습이 너무 성공적이어서 오히려 미국이 타협 대상으로 기대했던 잠재적 후계자들까지 제거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쟁은 충분히 숙고된 전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란이 여전히 걸프 지역에 큰 혼란을 일으킬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전 세계 석유의 약 20%와 상당한 양의 가스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며 “전쟁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경제에도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살만이 걱정하는 건 약한 이란 아닌 ‘붕괴한 이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함께 백악관에서 회담을 하기 위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AP]


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비공식적으로 미국에 이란 공격을 부추겼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는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매우 분명하게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헤이켈 교수는 그 이유를 실질적인 안보 위협에서 찾았다. 그는 “빈 살만은 이란이 보유한 단거리 미사일 무기고가 사우디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석유 시설뿐 아니라 담수화 시설, 발전소, 통신망 등 핵심 인프라가 모두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이란이 아브카이크 석유시설을 공격해 사우디 생산량의 절반을 중단시킨 사건이 그 현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리야드는 인구 700만~800만 명이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는 도시”라며 “해당 시설이 파괴되면 도시 전체를 대피시켜야 하는 실존적 위기”라고 말했다.

헤이켈 교수는 “빈 살만이 우려하는 것은 약해진 이란이 아니라 국가가 붕괴해 혼란과 내전에 빠진 이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쟁이 사우디의 경제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헤이켈 교수는 “빈 살만의 구상은 사우디가 허브가 돼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EU와 유사한 중동 통합 경제권을 만드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역 불안정과 미사일·드론 위협은 이런 구상을 모두 위태롭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으로 유가가 일시적으로 오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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