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서 100장 뿌려도 연일 퇴짜…‘고액알바’ 과외 찬바람

학생 수 줄고 전문업체로 수요 이동
대학생 과외시장 설 자리 줄어들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6 정시 합격 가능선 예측 및 지원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


“지원서를 100개 넘게 난사해도 실제로 성사되는 건 1건 있을까 말까 한 수준입니다. 경력도 쌓였는데 예전보다 학생 구하기가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중앙대 경영학과 재학생 A씨)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서울 주요 대학가를 중심으로 과외 아르바이트를 찾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가르칠 학생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더해 과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대학생 과외 시장 “예전 같지 않다”=과거에는 대학생 과외가 비교적 쉽게 구해지는 아르바이트로 여겨졌다.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학교 수업을 보충하거나 시험 대비를 위해 대학생에게 1대1로 배우려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까지 입시를 겪었던 명문대 재학생의 경우 학습 경험을 직접 전수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과외 시장이 예전만 못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앙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A씨는 최근 과외 플랫폼을 통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다. 중고등 영어·수학 과외 경력 3년차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약 10년 전 같은 대학에 다닌 그의 친언니와 비교해 보면 최근에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A씨는 “언니는 재학 시절 과외 수입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만큼 과외 수요가 많았다고 한다”며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생 1명만으로는 월수입이 36만원 정도라 소소한 용돈벌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연세대 수학과 재학생 B씨는 “대학 간판만 봐도 믿고 맡긴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지인 소개가 아니면 과외 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며 “시범 과외를 하거나 학부모와 커리큘럼(교육 과정) 상담을 할 때도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3명을 맡아본 적 있는데 수업 자료 준비부터 학생 관리까지 과외 시간 외에도 할 일이 많아 학점 관리하기도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결국 과외 자리를 구하지 못해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재학생 C씨는 “기존에 맡던 학생이 갑자기 과외를 그만두고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고 통보했다”며 “이번 학기에는 집 근처 카페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 속 더 치열해진 경쟁=변화의 배경으로는 ①학령인구가 줄면서 과외 수요가 줄었고 ②사교육 수요가 전문 학원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③생성형 인공지능(AI)이 학습 보조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영향도 있다. 여러 요인이 겹치며 ‘대학생 과외’의 설 자리가 좁아졌단 분석이다.

일단 중·고등학교 학생 숫자가 줄었다. 행정안전부 인구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 학령인구(6~18세)는 2015년 약 689만3000명에서 2025년 약 560만5000명으로 감소했다. 10년 사이 19% 줄었다.

반면 사교육 시장 전체 규모는 오히려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29조2000억원으로 전년(27조1000억원)보다 2조1000억원(7.7%) 증가했다. 지난 2007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사교육비 총액은 4년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업계에서는 학생 수는 줄었지만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교육 수요가 학원 등 전문 교육기관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기준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과외 플랫폼에서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SKY’나 의대·치대·한의대 등 특정 상위권 대학 출신만 선발하는 방식으로 대학생 강사를 모집하기도 한다. 같은 대학생이라도 보다 전문성이 있고 학업 성취도가 높은 강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다.

과거보다 학생들이 공부할 때 활용하는 보조 학습 수단이 다양해지는 것도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과제나 수행평가, 논술 준비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2학년 정현재(17)군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가끔 모르는 문제나 용어는 챗GPT에 물어본다”며 “언제든 편하게 여러 풀이법을 물어볼 수 있어 참고용으로 사용하기 좋다”고 전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능 난도가 높아지면서 대학생 과외만으로는 시험 대비가 어렵다고 느끼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늘었다”며 “대학생 과외는 그들의 본업이 아니지만 학원은 입시 대비 문제 풀이와 학습 전략을 전문적으로 연구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교육 수요가 대형 학원으로 쏠리면서 대학생 과외의 경쟁력도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전새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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