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 4억배럴 푼다지만…“아시아 도착까지 최대 2개월”

IEA 역대 최대 비축유 방출 결정
美 비축유 시장 도달까지 13일 소요
아시아 운송 포함하면 최소 수주 걸려
전문가 “공급 공백 20일치 불과”

오만 무스카트 항에 뤄자산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주도한 역대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유 방출 계획에도 11일(현지시간) 국제 유가는 하루 만에 큰 폭으로 반등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등 주요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지만 실제로 원유가 필요한 지역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비상 비축유 4억배럴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IEA가 비축유를 공동 방출하는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이며 방출 물량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은 이 가운데 전략비축유(SPR) 1억7200만배럴을 방출할 예정이다. 크리스 라이트 美에너지부 장관은 다음 주부터 약 120일 동안 순차적으로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축유 방출이 실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어스펙츠(Energy Aspects)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의 전략 비축유는 방출 결정 이후 실제 시장에 나오기까지 약 2주가 걸린다.

미국의 경우 걸프 연안의 소금 동굴에 저장된 비축유는 대통령의 방출 결정 이후 약 13일이 지나야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설명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으로 운송되는 물량은 더 늦게 도착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어스펙츠는 “미국에서 방출된 원유가 아시아까지 해상 운송되는 데 약 45일이 걸린다”며 “현재 필요한 시점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빨라야 5월 중순이 돼야 도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비축유 규모보다 방출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어스펙츠 분석가들은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전체 물량을 한 번에 시장에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방출 속도가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전략 비축유의 최대 방출 속도는 하루 약 130만배럴 수준이었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론적으로 하루 최대 440만배럴까지 방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시장 공급까지는 계약 체결과 운송 과정이 필요해 속도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비축유 규모 자체도 공급 충격을 완전히 상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하루 약 2000만배럴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4억배럴 비축유는 약 20일치 공급 공백을 메우는 수준에 그친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 역시 이번 비축유 방출이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한편 원자재 데이터업체 스파르타의 원유 시장 애널리스트 준 고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에너지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유 공장은 공정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동이 중단될 경우 정상 운영으로 복귀하는 데 최소 두 달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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