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란 어느 곳에도 지상군은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확전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에 이란 가스전 공격을 말리며 확전 자제 메시지를 연달아 보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를 받아들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더는 이란 가스전 공격을 하지 않겠다”며 “전쟁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고 했다. 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수뇌부와 핵 시설 박멸에만 몰두했던 기존 자세에서 한발 물러나 전쟁의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란에 미군 지상군을 투입하거나 병력을 증파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어디에도 병력(지상군)을 보내지 않는다”라며 “만약 내가 그렇게 하더라도 (미리) 말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나는 병력을 보내지 않는다”고 답했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란 석유·가스 시설에 대한 공격에 관해 말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렇다. 그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고, 그도 지지(동의)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공격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와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각자 독립적이다. 우리는 매우 잘 지내면서 조율하지만, 가끔 그는 어떤 (독자적)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도 “미국은 이번 공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추가로 이란의 가스 시설을 공격하지 않도록 말렸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하면, 우리는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지상군 투입 가능성 부인과 이란 가스전 공격 중단 요청은 확전을 자제하려는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개전 후 두번째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이란은 이제 더 이상 우라늄을 농축할 수 없으며, 탄도 미사일을 제조할 능력도 상실했다. 역대 어느 때보다 약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국에 대해서는 “지역 강대국을 넘어, 일각에서는 세계 강대국이라 부를 정도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고 자평했다. 또 이스라엘 공군이 이란의 방공망을 85% 파괴했고, 이란 북부 카스피해 연안의 해군 기지까지 타격했다며 이번 전쟁의 성과를 과시했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전쟁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이 “어떠한 시간제한도 없이, 필요하다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종전 시점에 대해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부 강경파의 발언을 자제시키면서도 종전 시점에 대해서는 “며칠은 아니고, 수 주 단위로 보고 있다”(11일)거나 “수년간 끝없이 이어지는 전쟁은 아니다”(4일)라는 정도로 발언해 왔다.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나온 발언을 종합해 보면 애초 4~6주 정도로 예상했던 전쟁이지만, 이란의 강력한 항쟁과 전쟁 여파의 확산에 부담을 느껴, 점차 현실적인 출구 전략을 찾는 과정으로 보인다.
네타냐후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세계 에너지 시장의 위기를 촉발한 이란 가스전 공습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도 확전을 자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경우 발생할 후폭풍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8일에는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 생산 시설인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공습하고,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의 가스시설을 공격하면서 세계 에너지 위기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와 비판이 빗발쳤다.
유가는 브렌트유가 19일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고,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20%를 공급하는 카타르는 불가항력 선언을 검토중이다. 불가항력은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인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뜻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전쟁에 대한 지지가 약한 상태에서 확전까지 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19일 로이터와 입소스가 3일간 미국 성인 15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65%가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위해 병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지지하는 응답은 단 7%에 불과했다.
전쟁 자체에 대한 지지도 37%에 그쳤다. 전쟁을 반대하는 의견은 59%였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마가(MAGA·미국 우선주의) 진영에서는 타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미군이 희생해야 하는 것에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19일 기준 미군 13명이 이란 전쟁으로 사망했다. 언론에서는 부상자는 200여명에 이를 것이라 보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애초 명분이 없는 전쟁을, 이스라엘의 의도에 따라 시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이를 재건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 있어 이란을 공습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설명과는 다른 대목이다.
개버드 국장은 이어 하원 청문회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 지도부를 무력화하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시작으로 몇몇 인사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탄도미사일 발사 및 생산 능력, 해군, 이슬람혁명수비대, 기뢰부설 능력을 파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며 양국의 전쟁 목표가 처음부터 달랐다고 답변했다.
도현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이스라엘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AP=연합 자료]](http://heraldk.com/wp-content/uploads/2026/03/TRUMP-NETANYAHU-1024x59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