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에 거점차리고 범죄자금 세탁
코인으로 세탁해 금으로 빼돌려
가상자산, 금 매수 등 다단계 방식으로 수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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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 3층 회의실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조직원 검거 브리핑의 모습. 정주원 기자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서울 도심 명동에 은밀하게 운영 중이던 불법 자금세탁 거점이 경찰에 적발됐다. 보이스피싱을 저질러 확보한 피해금을 가상자산과 귀금속으로 세탁했고 해외로 빼돌렸다. 피해자들의 피 같은 돈을 기반으로 자금세탁 조직원들은 호화 생활을 벌였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9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특별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을 비롯한 19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금 40억5000만원·5억원 상당 골드바·15억원 상당 은구슬(그레뉼) 등 총 60억원 규모의 범죄 수익도 압수했다.
이들은 명동의 오피스텔에 미신고 가상자산 업체와 환전소를 차렸다. 여기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즉시 테더(USDT)로 환전해 해외 조직 전자지갑으로 보내는 자금세탁을 벌였다.
수사는 지난 1월 “배달 물품이 마약으로 의심된다”는 112 신고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신고자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1차 수거책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당일 2·3차 전달책을 연이어 검거했다. 이후 휴대전화 분석과 폐쇄회로(CC)TV 추적을 통해 환전책의 이동 경로를 쫓아 명동 오피스텔을 특정했다. 형사들은 여기서 잠복 수사를 벌여 자금세탁 거점임을 확인하고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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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랑경찰서가 압수한 5억원 상당 골드바의 모습. [연합] |
조직은 부부와 형제, 조카까지 포함된 ‘가족형 구조’였다. 핵심 인물 대부분이 친인척으로 연결돼 외부 유입을 차단하고 내부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됐다. 경찰은 “믿을 수 있는 친인척과 지인 중심으로 조직을 꾸린 전형적인 폐쇄형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일당의 사무실은 범죄 수익금이 넘쳐났던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 당일에도 수사팀은 캐리어와 가방을 들고 여러 팀이 사무실로 들어오는 모습을 포착했다. 범죄수익으로 하루에만 금을 48억원어치 매입한 적도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수거책→전달책→환전책으로 이어지는 구조상 상위 조직 추적이 매우 어렵다”며 “이번에는 3일 만에 환전책까지 특정하고 이후 잠복 수사로 조직 전체를 잡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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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랑경찰서가 압수한 15억원 상당의 은구슬. [연합] |
해당 조직은 단순 코인 환치기를 넘어 금 거래를 결합한 신종 수법도 사용했다. 이들은 해외에서 출처 불명의 가상자산을 헐값에 대량 들여오고 나서 국내 미신고 거래소에서 현금화한 뒤 이 돈으로 종로 일대에서 금을 구매했다. 이후 금을 정상 수출처럼 신고해 해외로 반출하는 방식이다.
올해 들어 금 시세가 크게 오르면서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경찰은 “테더를 개당 최대 29원 싸게 들여와 50만개 단위로 거래하면서 한 번 거래에 1000만원 이상 시세차익을 남기는 구조”였다며 “가상자산으로 1차 세탁한 뒤 이를 금으로 다시 2차 세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일당이 자금세탁 과정에서 체결한 전체적인 거래 내역은 아직 분석 중이다. 다만 이달 1~10일 사이에만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253억원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양이었다.
경찰은 “가상자산이 아직 제도적으로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점을 이용해 법망을 시험하듯 새로운 환치기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며 “국내외 법인이 공모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해외로 도주한 보이스피싱 총책에 대해 인터폴 공조 수사 중이다. 또 가상자산 지갑과 환전소 자금 흐름을 정밀 분석해 추가 공범을 찾고 범죄수익 환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