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5년간 23개 소속법인 처분…비주력 도려내는 ‘리스트럭처링’의 칼 매섭다

사업보고서 분석
기초화학 사업 대거 매각·청산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적자 대응 전략
중동 전쟁 등 악재 발생…체질 개선 불가피
NCC 생산 규모 줄이고 고부가 제품 확대 추진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롯데케미칼이 이른바 ‘리스트럭처링(사업재편)’이라 불리는 사업의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총 23개의 자회사, 해외법인 등을 정리한 것이다. 중국발 공급과잉, 중동 전쟁 등 악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만큼 롯데케미칼은 비주력 사업 매각에 속도를 냄과 동시에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롯데케미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총 23개의 자회사, 해외 법인 등을 청산·매각했다. 이같은 처분 작업으로 롯데케미칼이 확보한 자금만 2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청산이 가장 많이 이뤄진 산업군은 기초화학(16개)이다. 중국에 있는 롯데케미칼자싱과 롯데케미칼삼강, 페트(PET)와 나일론을 생산하는 케이피켐텍 등을 차례로 매각·청산했다. 지난해 말에는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았던 파키스탄 생산시설도 정리했다. 롯데케미칼은 첨단소재, 전지소재 사업에서도 각각 4개, 3개 회사를 매각·청산했다.

롯데케미칼의 체질 개선 작업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중국이 시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초 석화 제품 생산량을 늘리자 롯데케미칼은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기초 석화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9431억원에 머물렀다. 롯데케미칼은 적자에 따른 재정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주력 사업을 매각,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현금 흐름 개선 등에 활용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매각·청산 작업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중동전쟁 여파로 나프타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프타는 석화 제품의 대표 원재료이다.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 율촌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실제 지난달 말 톤당 600달러대에 머물렀던 나프타 가격은 이달 초 1000달러를 돌파했다. 시황 악화 여파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이 제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 에틸렌 마진(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 등을 제외한 값)은 이달 초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서 나프타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초 석화 생산 시설인 나프타크래킹센터(NCC) 규모를 줄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여수 NCC를 분할해 여천NCC와 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설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충남 대산 사업장을 물적 분할한 뒤 HD현대케미칼 대산 사업장과 합병해 통합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매각을 추진 중이다.

스페셜티 제품 비중 확대 작업도 동시에 병행하고 있다. 중국이 생산하지 않는 고부가 제품을 생산해 공급과잉에 대응하고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롯데케미칼은 올해 하반기 전남 율촌에 연간 50만톤 규모의 국내 최대 단일 컴파운딩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일부 생산라인은 지난해 말부터 상업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컴파운딩이란 플라스틱에 다양한 첨가제를 최적의 조합으로 섞어 기능을 향상시키는 작업이다. 율촌 컴파운딩 공장은 생산 난도가 높은 슈퍼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제품군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2030년까지 기능성 소재 비중을 60%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전방 성장 산업과 연계된 미래 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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