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고인민회의서 헌법 수정…대남 관련 조문 미언급

김정은 시정연설 통해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재확인
적대적 대남 메시지에도 법제화 조치는 비공개


북한은 지난 22일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를 열고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하고 조용원을 최고인민회의 의장으로 선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북한이 남쪽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했지만, 대남관계와 영토 문제 등과 관련한 조문을 수정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가 전날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며 “헌법 수정과 관련한 문제를 토의하였다”고 밝혔다.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사회주의헌법’을 ‘헌법’으로 개칭하는 것을 비롯해 수정 보충된 법 초안 내용을 설명했다. 이어 심의를 거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을 수정보충함에 대하여’라는 이름의 법령을 채택했다.

그러나 기존 헌법의 통일, 민족 등의 표현을 삭제했는지를 비롯해 대남 관계에 대한 조문이 고쳐졌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날 시정연설에서 “국가발전의 필수적 요구를 반영해 헌법을 수정했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개정 사항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남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천명해 온 김 위원장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기하고 영토·영공·영해 관련 조항도 신설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2024년 10월 헌법이 개정됐지만, 노동연령 수정 등만 언급됐고 대남 관련 변경 사항이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구체적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또다시 비공개에 부친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노동당 9차 대회에서도 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남북관계 관련 조문 수정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은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 이어 이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구두 메시지로는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공화국을 건드리는 한국의 행위에 대해서는 추호의 고려나 사소한 주춤도 없이 무자비하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위협적인 대남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공화국정부는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불퇴로 계속 공고히 다지며 적대세력들의 온갖 반공화국 도발책동을 짓부셔버리기 위한 대적(對敵)투쟁을 공세적으로 벌려나갈 것”이라며 “특히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루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적대적 대남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면서도 이를 제도적으로 영구화할 법제화 조치는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정세 변화 가능성을 감안해 나름대로 운신 공간을 확보하려는 계산일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공인’ 표현에 대해 “최고지도자가 이런 표현을 쓴 것은 근본적 규범의 개정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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