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대비 1.6배, 불복인용 금액도 5년간 719억원
박민규 의원 “관세조사 무력화하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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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 의원실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다국적기업을 비롯한 일부 수입업체들이 과세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거나 핵심자료를 임의로 삭제한 채 제출하는 방식으로 관세조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박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입업체의 자료 비협조로 관세조사가 중지된 사례는 총 708건에 달했다. 전체 수입기업 중 1.6%에 불과한 다국적기업이 전체의 60.3%를 차지했다.
연도별로 보면, 관세조사 중지 건수는 2021년 92건에서 매년 증가해 2025년에는 187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다국적기업 관세조사 중지는 58건에서 104건으로 약 79% 증가했으며, 국내기업 대상 관세조사 중지도 34건에서 83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과세자료 제출 거부 사례가 늘면서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 기간 역시 길어지는 추세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관세조사 평균 소요기간은 2021년 64일에서 2025년 77일로 증가했다. 특히 다국적기업의 경우 2025년 기준 관세조사 종결까지 평균 104일이 소요돼 국내기업 평균 67일보다 약 1.6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부과를 위해서는 수입신고 내역을 검증할 수 있는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입거래는 수출자가 외국에 있어 사실상 수입업체의 자료 제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과세가격 결정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경우, 원칙적으로 60일 이내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다국적기업은 해외 본사에 자료가 있다는 이유로 제출을 늦추고, 조사 연장을 유도하고 있다.
조사 단계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다가 불복이나 소송 단계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자료를 제출하는 사례도 있다.
자료 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과태료 상한은 5천만 원에 불과하며 반복 부과는 불가능하다. 특수관계자 거래의 경우 과태료 상한은 3억 원(2차 과태료 포함)이지만, 다국적기업 평균 추징세액(35억 9천만 원)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자료 제출을 늦추고 최대한 버티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과세 입증에 필요한 자료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조세심판원이 다국적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이거나 조세소송에서 과세당국이 패소하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관세 불복 과정에서 수입업체의 의견을 받아들인 불복 인용률은 29.1%이었으며, 다국적기업으로 한정할 경우 불복 인용률은 37.3%로 더 높게 나타났다. 다국적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인 불복 인용금액 규모만 5년간 총 719억 원에 달했다.
2025년에는 다국적기업의 불복 인용률이 57.1%로 4년 새 21.4%p 상승했으며, 당해년도 불복 인용금액은 421억 원으로 집계됐다.
불복 절차 이후 진행되는 조세소송 단계에서는 관세청의 국내기업 상대 패소율이 20.0%에 그쳤지만, 다국적기업 상대 패소율은 48.3%로 국내기업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박 의원은 “일부 수입업체가 과태료만 내고 버티거나 자료 제출을 지연하는 방식으로 관세조사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응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며 “과세자료 제출에 불응하는 경우 국세청과 같이 이행강제금 제도를 도입하고, 조사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은 자료는 불복·소송 과정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국적기업의 고의적인 과세회피와 관세조사 방해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의원은 지난 27일 과세 자료 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수입신고 금액에 따라 1일 단위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관세조사 과정에서 제출하지 않은 자료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