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공급 막히자 사우디유 급등…아시아 정유사 직격탄

4월 2.5달러→5월 40달러 ‘급등’…역대 최고 수준 예상
호르무즈 봉쇄 여파에 공급 차질…구매량 축소 가능성
정유사들 “브렌트 연동” 요구…가격 산정 방식 갈등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유가 쇼크를 넘은 플라스틱과 헬륨 등 자원에서도 연쇄적인 공급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 전쟁 여파로 사우디아라비아산 경질유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면서 아시아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 원유 공급이 흔들리자, 사우디산 원유 프리미엄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주력 유종인 아랍 라이트(경질유) 5월 인도분 공식판매가격(OSP) 프리미엄이 배럴당 최대 4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4월 프리미엄 2.5달러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뛰는 수준으로, 확정될 경우 역대 최고 기록이 된다.

아랍 라이트 가격은 통상 오만·두바이 유가를 기준으로 프리미엄을 더하거나 할인하는 방식으로 책정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 최고치는 2022년 8월의 배럴당 9.80달러였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중동 공급 차질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주요 원유 수송 경로가 막혔고, 사우디 내에서도 원유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사우디 동부에서 서부 홍해 연안 얀부 항구로 이어지는 송유관 역시 현재 아랍 라이트 위주로만 제한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아랍 엑스트라 라이트, 아랍 미디엄, 아랍 헤비 등 다른 유종의 공급은 더욱 위축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중동산 원유 전반의 가용 물량이 급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급등이 현실화될 경우 아시아 정유사들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사우디산 원유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 정유사들의 핵심 도입 물량이기 때문이다. 일부 정유사들은 이미 구매량 축소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들은 가격 산정 방식 변경도 요구하고 있다. 기존 오만·두바이 유가 대신 브렌트유 선물 가격에 연동하거나, 상하이 선물가격을 기준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아랍에미리트(UAE) 중질유인 어퍼 자쿰 가격을 참고 지표로 활용하는 대안도 제시됐다.

다만 아람코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지는 불확실하다. 통상 아람코는 가격 결정 과정에서 주요 구매자들과 비공식 협의를 거치지만, 최종 가격은 자체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가격 급등이 단기적인 공급 충격을 넘어 글로벌 정유·에너지 시장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원유 조달 전략 재조정 압력에 직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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