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업계 “물 들어오는데 RG 막혀…금융 병목 풀어야” [비즈360]

국회 ‘중소 조선소 RG 지원’ 간담회
RG 발급 절차 지연·수수료 등 지적


31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 조선소 RG 지원 확대 이후, 현장을 묻다’ 토론회 현장. 박성진 한국무역보험공사 해양산업금융부 팀장이 무보의 선수금환급보증(RG) 지원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은결 기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중소·중견 조선사들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지연으로 수주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금융 병목 해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며 수주 기회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금융 지원이 따라가지 못해 생산 차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RG는 선박 건조 계약 시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계약 불이행 시 반환하겠다는 보증으로, 발급 여부가 곧 수주 성사로 직결되는 핵심 요건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RG 없이는 계약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존 한도로는 생산 사이클 유지 어려워”


유상철 HJ중공업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 조선소 RG 지원 확대 이후, 현장을 묻다’ 토론회에서 “중소 조선소들도 수익성과 수주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가장 큰 애로는 기술력이나 수주 능력이 아니라 RG 한도 부족이라는 금융 병목”이라며 “정책적으로 지원 확대 기조가 있음에도 금융기관이 RG에 대해 여전히 보수적 관점을 유지하면서 구조적 모순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RG는 수익성 검증을 거쳐 발급되고, 선수금 또한 외부 검증과 모니터링을 통해 집행되는 만큼 자금이 다른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은 사실상 차단돼 있다”며 “중소 조선소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금융기관이 RG 확대에 보수적 관점을 고수하면 중소형 선종을 중국에 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한도로는 4~5척 수준밖에 소화하지 못하지만 정상적 수주를 위해선 12~15척 규모의 RG가 필요하다”며 “선가와 수주량이 동시에 증가한 상황에서 기존 한도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특히 RG 발급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절차 지연을 핵심 문제로 꼽는다. 송기명 대한조선 기획실장은 “RG 발급 대기 건수는 13건으로 약 5억달러 수준”이라며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시중은행 간 절차로 4~5개월의 시차가 발생해 수주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주 입장에선 계약 직후 RG 발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지연은 수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 구조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김찬 케이조선 대표는 “시중은행은 한도를 한 번 쓰면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하는 ‘소진 방식’이라 사업 계획 수립이 어렵다”며 “만기 후 재사용이 가능한 회전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보가 95%를 보증해도 시중은행이 나머지 5% 부담을 꺼리는 것은 리스크보다 인식의 문제”라며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했다.

“중소 조선소 골든타임 놓칠 위험”…“인식 전환 필요”


수수료 부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유 대표는 “RG 수수료가 과거 0%대에서 현재 선가의 약 2% 수준까지 올라 영업이익의 2% 수준에 달하는 부담이 되고 있다”며 “보증 리스크 대비 과도한 수준인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영준 한국야나세 회장은 “대형 조선소는 이미 수주 잔량이 충분한 반면, 중소 조선소는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에 놓여 있다”며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과 유연한 보증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문제 인식에는 공감했다. 이디도 산업통상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조선업이 구조적으로 성장 국면에 진입한 만큼 중소 조선사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성공 사례를 만들어 민간 금융 참여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현장의 문제 인식에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제도 운영 과정에서의 지연과 구조적 한계를 함께 짚었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예산 증액 등을 통해 지원을 확대했지만, 당초 연말·연초 집행이 예상됐던 것과 달리 3월 말까지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권과 조선업계 간 간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량 거래처와 계약을 체결하고도 RG 발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주를 놓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례보증 확대와 금융 지원 체계 개편을 통해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은수 한국수출입은행 팀장은 “수주 과정부터 금융기관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RG 발급 타이밍에 대한 애로사항을 해결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오태석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 사무관은 “실질적인 시중은행의 RG 발급과 관련한 면책, 인센티브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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