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자산가, 강남 집 팔고 ETF로”

정보현 NH투자證 전문위원 인터뷰
고액자산가 ‘부동산→주식’ 머니무브
세금·규제부담에 ‘세후수익률’ 초점



“다주택자들 중에는 집을 다시 사봤자 세금만 더 낸다며 그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겠다고 부동산을 내놓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정보현(사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액자산가 사이에서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자금을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은 2022년 증권 업계 최초로 세무 전담 조직인 텍스(Tax)센터를 신설했다. 현재 세무사 13명, 부동산 전문위원 4명 등 총 22명이 초고액 자산가부터 법인 고객·일반 고객까지 전 고객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정 부장은 고객의 자산 구조를 ‘빙산’에 비유했다. 증권 계좌에 담긴 금융 상품은 수면 위로 드러난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는 “수면 위에 보이는 금융상품만 보면 반쪽짜리 컨설팅이 될 수 있다”며 “부동산 고민처럼 수면 아래 잠겨 있는 훨씬 큰 자산까지 함께 봐야 명확한 해법이 나온다”고 말했다. Tax센터가 상속과 증여, 가업승계까지 생애 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다.

Tax센터가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부동산을 금융 자산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정 부장은 60대를 앞둔 한 남성 고객 사례를 소개했다. 이 고객은 자녀 교육을 위해 수십 년간 강남 아파트에 거주해 왔다. 자녀의 수능이 끝나자 해당 아파트를 매도했고 이후 일산의 한 아파트를 매수했다. 남은 차익 약 10억원은 금융 자산으로 옮겼다. 상장지수펀드(ETF)와 배당주 등에 투자해 은퇴 이후 생활비를 충당할 현금흐름을 만드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짰다.

구분 상가 두 곳을 매도하고 주식 투자를 시작한 50대 고객 사례도 있다. 이 고객은 두 상가호실에서 매달 약 250만원 월세를 받아왔다. 임대수익을 통한 현금흐름 확보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공실 발생 가능성과 종합과세 부담이 커지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정 부장은 “과거에는 노후 현금흐름을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이 월세 수입이었고 금융상품 선택지도 많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ETF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등장하면서 자산관리의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산가의 자산 변화의 배경에는 정책 환경이 있다. 그는 “부동산 규제 리스크가 커지면서 자산가들의 투자 기준이 시세차익에서 세후 수익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집값이 올라가더라도 상승분을 온전히 실현하기 어려운 정책 환경 속에서 부동산 일부를 현금화해 금융 자산으로 운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상품은 환금성이 높고 최근 국내 자본시장의 활성화가 본격화된 점도 ‘머니무브’에 영향을 미쳤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월 압구정WM센터와 반포금융센터를 ‘자산이전 컨설팅 라운지’로 지정해 특화 컨설팅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 고객의 상속·증여와 부동산 승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라운지에는 세무사가 주 3회, 부동산 전문위원이 주 1회 상주하며 상담을 진행한다.

정 부장은 앞으로 세대 간 자산 이전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이미 70대 중반에 접어들었고, 이들의 자녀 세대인 에코세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세대다. 자산은 은퇴한 부모 세대에 집중돼 있고, 그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그는 “법인은 100년, 200년 이어질 수 있지만 개인의 삶은 한정돼 있다”며 “적절한 시점에 자산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자산 순환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이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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