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110만 시대…정부, ‘비자’ 넘어 ‘노동시장 통합 관리’로 대전환

110만 이주노동자 시대…비자·고용 ‘쪼개진 정책’ 한계
권익보호·숙련형성까지 포함…상반기 통합 로드맵


강릉의 한 농촌 마을서 감자를 캐는 외국인 노동자들[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내 이주노동자가 11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외국인력 정책 전반을 ‘비자·체류 중심’에서 ‘노동시장 중심 통합 관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단순 인력 도입을 넘어 숙련 형성과 권익 보호까지 포함하는 구조로의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3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이주노동정책의 미래, 통합적 정책지원방안’ 토론회를 열고 외국인력 정책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노사, 전문가가 참여한 ‘외국인력 통합지원 TF’ 논의를 바탕으로 상반기 중 관련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외국인력 정책은 법무부의 비자·체류 관리와 노동부의 고용허가제(E-9) 등으로 분산돼 있다. 문제는 대부분 외국인력이 비자 중심으로 관리되면서 취업 이후 필요한 노동시장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취업지원, 직업훈련, 경력개발, 임금체불 대응, 산업재해 보호 등 핵심 정책이 일부 비자에만 적용되고, 다른 취업비자에는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 구조다. 이 탓에 외국인력이 숙련을 쌓지 못한 채 단기 순환에 머물고, 기업은 다시 신규 인력을 수급하는 ‘저숙련 반복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입만 있고 ‘이후’는 없다…노동시장 정책 공백



전문가들은 현행 외국인력 정책이 ‘도입 관리’에 치우쳐 있다고 진단한다. 비자 발급과 쿼터 설정 등 입국 단계 관리에는 집중돼 있지만, 정작 취업 이후 단계는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력 정책은 비자·체류관리와 노동시장 정책이 두 축이지만, 현재는 비자 정책만 작동하고 있다”며 “도입 이후 인적자원 관리와 노동시장 정책이 연계되지 않아 구조적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구조는 숙련 축적을 가로막고 생산성 정체를 초래한다. 외국인력이 숙련을 쌓기 전에 이탈하고, 기업은 다시 신규 인력을 도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도입·선발부터 초기 적응, 숙련 형성, 경력개발, 귀국·정착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주기 관리 체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체류자격을 숙련도 중심으로 재편하고, 외국인력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동권·차별금지·법개편…‘권익’까지 묶는다


권익 보호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사업장 이동 제한이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의 핵심 원인”이라며 이동권 보장을 강조했다. 또한 “최저임금 중심의 임금 구조에서 벗어나 숙련도 기반 체계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재해, 임금체불, 폭력, 열악한 주거환경 등 문제 역시 제도 구조와 맞물려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약 38만명 문제에 대해서도 단속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일정 요건을 갖춘 인력의 합법화 등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법체계 개편 요구도 이어졌다. 김기선 충남대 교수는 “현행 외국인고용법은 고용허가제 중심으로 설계돼 전체 외국인 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한다”며 “법 적용 대상을 ‘일하는 모든 외국인’으로 확대하고 통합적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제도 전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이주노동자는 산업현장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며 “외국인력 수급 설계와 권익 보호를 함께 고려한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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