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까지 ‘월세 200만원’…전월세난, 서울 넘어 인천·경기 확산

수도권 전체로 풍선효과 확산
토허구역 아닌 인천도 수급 부족
전셋값 상승분 만큼 월세로 전환
“전월세 가격이 집값 올릴 수도”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헤럴드DB]



#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소재한 호반써밋송도 84㎡는 올해 2월 보증금 3000만원·월세 155만원에 계약이 체결됐으나, 3월 들어서는 보증금 4000만원·월세 165만원에 체결됐다. 인근에 있는 송도자이크리스탈오션 동일 타입도 올해 1월 보증금 3000만원·월세 200만원에 체결됐지만, 3월 들어 보증금 5000만원·월세 220만원으로 뛰었다.

‘서울발 월세 상승’이 경기·인천 등 수도권까지 번지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집주인에 대한 실거주 의무 부여에 따른 전세 공급 위축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 수요자들이 수도권으로 눈길을 돌린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 지역에 풍선효과가 이어질 경우 집값 상승을 다시 부채질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천 월세지수 138.1…3월 가장 많이 올라=7일 KB부동산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인천의 KB아파트 월세지수는 138.1(2022년 1월=100)로 수도권(서울·인천·경기도)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136.5) 대비 1.5% 상승한 수치로, 서울 강북 14개구(131.7)와 함께 한 달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KB아파트 월세지수는 서울 1만3670가구, 경기·인천 2만1272가구 등의 아파트 표본 중 중형 이하(95.86㎡)를 대상으로 조사한 월세 가격 수치다. 3월에는 인천뿐 아니라 서울, 경기도도 월세지수가 각각 1.2%, 1.2%씩 상승해 전월(0.9%·1%) 상승폭을 상회했다. 최근들어 임차인의 월세 부담이 더 빠르게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평균 월세 가격도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인천의 평균 월세 가격은 99만7000원으로 1월(99만4000원) 대비 3000원 상승했다. 이는 1년 전(93만8000원) 대비 5.9% 상승한 수치며, 2년 전(88만6000원)과 비교해선 12.5%나 급등한 가격이다. 서울은 1년만에 134만7000원에서 151만5000원으로 16만8000원(12.4%) 올랐고, 경기도도 104만7000원에서 111만6000원으로 6만9000원(6.5%) 상승했다.

실거주 의무로 전세 매물이 줄어든 서울과 달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지 않은 인천에서도 월세 급등 현상이 나타나는 건 주택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다. 2010년 이후 송도 국제업무지구 인근에는 신축 아파트 입주가 집중돼왔지만, 최근 들어 신축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기존 임대차 시장에서 소화되던 월세 매물의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수구 송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는 월세 계약으로 찍히고 있지만 사실상 전세금 올릴 걸 월세를 대신 받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송도는 늘 전세가 부족한 지역 중 한 곳이라 월세 상승폭도 크다”고 설명했다.

전세대출 규제, 세제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전문가 설명도 나온다. 지난 6·27 대책 이후 금융위원회는 추가적인 대출 규제를 통해 기관별로 상이했던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수도권·규제지역)으로 일원화했다. 사실상 대량의 현금을 보유한 이가 아니라면 유주택자의 경우 수도권에선 전세를 살기 어려워진 것이다. 또 임대인의 경우에도 보유세 강화 등을 대비해 월세 인상에 대한 수요가 더 높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중금리가 지속되니 임대인 입장에선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어 예금보다는 월세를 높게 받기를 선호할 수 있다”며 “보유세 인상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른바 월세로 ‘대비’를 해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전월세 상승,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전문가들은 이처럼 전세난의 파급효과가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서울의 경우 전세가 씨가 말랐고, 그에 따른 풍선효과가 서울 외곽을 넘어 경기도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195건으로 집계됐다. 월세 매물(1만4525건)을합치면 총 2만9720건으로, 아실이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3년 4월 이후 임대차 매물이 3만건 밑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서울 전세 매물이 급감하자 서울 외곽은 물론 안양·용인·광명·구리·하남 등 인접 지역의 매매가 늘고 집값도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전·월세난에서 비롯된 풍선효과는 이미 진행 중인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아파트 매매가격이 많이 오른 6곳이 모두 경기 지역으로 나타났다. 용인 수지구가 6.44%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안양 동안구(5.19%), 구리시(4.03%), 성남 분당구(3.98%), 하남시(3.86%), 광명시(3.84%)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관악구(3.58%)가 가장 많이 올랐다. 전세를 살 수 없는 서울 거주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서울 외곽지역· 인근 경기 지역의 주택 매수로 눈을 돌린 결과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월세 물량이 부족해지다 보니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르고 있는 것”이라며 “전·월세 가격 상승은 그간 매매가격 상승의 전조현상처럼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전반적인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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