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휴전 ‘풍전등화’…종료직전 회담 가능성 [美·이란 협상 결렬]

트럼프 “이란과 휴전 잘 유지되고 있다”
파키스탄, 남은 9일 핵제안서 등 물밑중재
호르무즈 등 핵심만 ‘원포인트’ 협의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UFC 327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로이터]


1차 협상 결렬,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逆)봉쇄 선언으로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합의가 닷새만에 무산 위기에 처했다. 오는 21일 종료되는 휴전 합의가 9일여를 남긴 가운데, 휴전 종료 전 막판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을 출입하는 모든 해상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를 발표한 뒤에도 이란과의 휴전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휴전이 유지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유지되고 있다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다시 협상에 나설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이란은 지금 매우 좋지 않은 상태(in very bad shape)이고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협상장에) 돌아오든, 돌아오지 않든 상관없다”며 “돌아오지 않더라도 나는 괜찮다”고 밝혔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왼쪽부터)와 스티브 윗코프 특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란 대표단과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AFP]


앞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같은 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세레나 호텔에서 21시간의 회담 끝에 종전 협상 결렬을 발표했다. 반세기만에 미국과 이란의 초고위급 회담을 성사시킨 중재국 파키스탄은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2주간의 휴전 합의는 이어진다며 협상 결렬의 여파를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상황의 극적 반전을 이끌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히브리 대학교의 남아시아 이슬람 전문가 사이먼 볼프강 푹스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파키스탄이 단기간에 이 상황을 극복하거나 양측을 강제로 굴복시킬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표면적으로는 상황이 되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를 선언하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양국은 협상 기간에도 각자 자국의 승리를 주장했고, 협상 결렬의 책임도 상대에게 떠넘겼다. 협상 과정 내내 양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평행선만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남은 휴전 기간 중 막판에 추가 회담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푹스 교수는 “파키스탄은 남은 9일의 휴전 기간을 활용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제안서를 마련하고, 휴전 종료 직전 ‘이슬라마바드 회담 2.0’에서 이를 논의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주말 미국과 이란 종전협상이 열렸던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전경[EPA]


무엇보다 파키스탄의 종전 중재 의지가 확고하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사이의 “관여와 대화를 지속적으로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동 지역 국가들이 미국과 이란의 후속 협상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2주간의 휴전을 연장하기 위해 미국과 협의하면서, 수일 내 2차 협상을 열기 위해 물밑에서 중재에 나섰다는 것이다.

WSJ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중재국들이 미국과 이란의 일부 쟁점을 우선 해결하는 ‘중간 합의’ 이끌어내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의 입장차가 크다 보니 단기간 내 포괄적 합의에 이르기는 어렵지만, 첨예한 쟁점 중 일부만 우선 합의한 후 후속 협상을 이어가는 방안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나 고농축 우라늄 일부를 포기하고,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나 동결 자산 해제 등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2차 회담이 열린다 해도, 협상이 진전을 이루기에는 난관이 많다. 전쟁을 종결할 의사가 없는 이스라엘 등도 엮여 있어, 문제가 더 복잡하다.

모이드 유수프 전 파키스탄 국가안보보좌관은 “파키스탄이 중재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통제 불가능한 요인들 때문에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음 단계에서 이란을 설득하는 데 중국이 중요할 수 있지만,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이가 실제로 좁혀질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이스라엘이 협조할지도 불분명하다. 현재로서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멈추고 싶어 한다는 징후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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