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여파에 소비자 심리 1년 만에 ‘비관’ 전환

한국은행 ‘4월 소비자동향조사’
소비심리지수 7.8p↓·계엄사태 후 최대 낙폭
집값전망지수 상승 우세 “서울외곽 아파트 영향”


지난 19일 서울 만남의광장 주유소 앞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글로벌 정세가 불안해지고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가 1년 만에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 아래로 내려오며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 심리지수(CCSI)는 4월 99.2로 전월보다 7.8포인트(p) 하락했다. 지수가 기준치(100)를 밑돈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이다. 또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12.7p)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이흥후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에너지 공급 차질,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른 물가 상승 및 경기 둔화 우려가 심화되며 2025년 4월 이후 1년 만에 100을 밑돌았다”면서 “다만 소비자 심리 지수는 여전히 장기 평균(100)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수는 관세 협상 타결과 시장 예상을 웃돈 작년 3분기 성장률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2.7p 뛰었다가 곧바로 12월 2.5p 내렸다. 올해 들어선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1월과 2월 각 1.0p, 1.3p 올랐지만 지난달 들어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9~16일 이뤄진 설문을 토대로 했다.

이달 6개 지수는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현재경기판단지수는 수출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공급 차질과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 영향으로 전월 대비 가장 큰 폭(18p)으로 하락한 68을 기록했다.

향후경기전망지수도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에 따른 물가 상승 및 경기 둔화 우려가 반영되며 10p 떨어진 79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생활형편전망(92·-5p)·현재생활형편(91·-3p)·가계수입전망(98·-3p)·소비지출전망(108·-3p)도 일제히 내렸다.

반대로 6개월 후 금리 수준을 예상한 금리수준전망지수는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 등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6p 상승한 115를 나타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가운데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2.9%) 역시 원자재 공급 차질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로 한 달 사이 0.2%p 상승했다. 이 팀장은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와 같은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 식료품 가격 안정 등으로 물가 상승 폭이 제한적인 편”이라고 평가했다.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년 후 2.6%로 전월과 동일했고, 5년 후는 2.6%로 0.1%p 상승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는 석유류제품을 꼽은 응답 비중이 88.8%로 가장 높았다. 공업제품(33.1%), 공공요금(31.4%) 등이 뒤를 이었다. 공업제품과 석유류제품의 영향력도 커졌다. 전월과 비교하면 공업제품은 9.9%p, 석유류제품은 8.7%p 각각 상승했다. 반면 농축수산물 응답 비중은 5.7%p 하락하며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잇달아 나왔지만 이달 들어 집값 기대감은 다시 높아졌다. 주택가격전망지수(104)는 8p 올라 다시 100선 위로 올라섰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돈다는 것은 1년 뒤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소비자가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 팀장은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 지속과 중동 전쟁에 따른 공사비 및 분양가 상승 우려 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