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M&A 매물 쌓이는데…대주주 적격성 규제 ‘역풍’ 논란

금융업 무관 법 위반까지…법원 매각 사유 ‘과도’ 판단
규제 해석 따라 매물 영향 미쳐…재산권 침해 논란 재점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내 금융위원회 모습.[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업황 악화로 매물이 쌓인 저축은행 시장에서 대주주 적격성 규제가 불필요한 매각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 대주주가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지분 매각을 명령했지만, 법원이 이에 제동을 걸어 주목된다. 금융회사 경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 위반까지 매각 사유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규제 논란은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거래 왜곡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8-2부(재판장 김봉원)는 지난 17일 주식회사 강원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 명령 및 주식처분명령 취소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강원은 레미콘 제조·판매를 영위하는 회사로 인천저축은행 지분 36.66%를 보유한 대주주다. 강원은 2009년 5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총 8회에 걸쳐 레미콘 관련 담합 행위로 2021년 2월 벌금 4500만원이 확정됐다.

금융위원회는 해당 형사 재판을 근거로 강원이 인천저축은행 대주주 적격 요건에 미달한다고 판단, 2022년 12월 10% 이상 소유 지분을 처분할 것을 명령했다. 강원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2심에서 패소했고 이후 대법원이 금융위 처분 명령을 취소하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해 이번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왔다.

저축은행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개인은 이에 더해 금고형 이상의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도 일정 기간동안 대주주가 될 수 없다.

대법원은 대주주 적격성 유지 의무가 도입된 시점이 2010년 9월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담합 행위가 해당 제도 도입 이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해당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유지 의무 위반으로 대주주가 입는 불이익이 중대한 만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를 둘러싼 일련의 분쟁 중 하나다. 앞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형 실형이 확정돼 고려저축은행 보유 지분 일부 매각 처분을 받았으나 소송을 통해 처분을 취소했다. 2023년 5월 대법원은 이 전 회장 혐의 대부분이 적격성 유지 의무 도입 이전에 발생해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 유준원 대표가 불법대출 등 혐의로 주식 처분 명령을 받아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유 대표는 처분 취소 소송과 별개로 매각 절차를 거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10월 KBI그룹이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고 현재 금융당국의 심사 단계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원매자를 찾지 못해 매각이 표류 중인 상태다.

IB업계와 법조계에서는 금융위의 매각 조치가 과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금융기관 업무와 무관한 대주주의 법 위반을 이유로 저축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우선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어기면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 10% 이상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며 “해당 규제에 더해 금융위가 일괄적으로 주식 처분 명령까지 내리는 것은 과하다. 금융기관의 경영에 문제를 끼치지 않는 행위까지 문제 삼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위 주식 처분 명령의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은 ‘의무’가 아닌 권고 조항이다.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충족 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10% 이상 주식을 처분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주식회사강원 사건 1심 재판부는 금융위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주식처분명령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원고의 이익이 크다”며 “대주주 재산권을 사실상 처분하는 것으로 재산권 침해 정도가 크다. 원고의 담합행위는 불법대출, 대주주 이익 공여 등 저축은행 부실경영과 관련 없고 영향 미쳤다고 볼만한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업황 악화로 저축은행 다수가 매각 절차를 진행하거나 고려 중이지만 원매자가 없어 매물이 쌓이는 상황”이라며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미달로 매각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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