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차 10월 0.07%P→3월 0.21%P
주담대 규제, 생산적 금융 유도 영향
기업대출 20조 늘 때 가계대출 역성장
당분간 금리 디커플링, 격차 벌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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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시내의 한 은행을 찾은 한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은행권의 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대출 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 속에 시장금리까지 오르면서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한 것과 달리 기업대출의 경우 은행들의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기업 모시기’ 경쟁으로 금리가 낮아진 결과다. 당분간 가계·기업대출 간 금리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이어지며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신규 취급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금리는 평균 4.09%, 가계대출 금리는 4.30%로 집계됐다. 기업대출 금리가 0.21%포인트 낮은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가계대출은 확실한 담보와 낮은 부실 위험 덕분에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기업대출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는 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대출보다 낮아지는 이례적인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2022년 9월 이후 3년 1개월 만의 변화다.
특히 최근 들어 격차는 더 벌어졌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 말 4.19%에서 올해 1월 말 4.11%로 떨어졌고 2월 말 4.14%로 소폭 반등했으나 3월에 다시 0.05%포인트 내리며 4.1%선 아래로 안착했다.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4.17%에서 4.30%로 0.13%포인트 올랐다. 작년 10월만 해도 0.07%포인트에 불과했던 금리 차가 0.21%포인트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금리 역전의 배경으로는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꼽힌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은행들은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 중동전쟁 등 대외 변수로 시장금리가 상승했음에도 은행들이 대출 쏠림 방지를 위해 우대금리 확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기치 아래 자금 공급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올해 기업대출 확대를 핵심 목표로 삼고 우량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금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리 산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중소·중견·벤처기업을 대상으로도 다양한 우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낮은 금리 수준이 시장에 제시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수요·공급 조절에 있어 가장 큰 유인은 단연 금리”라며 “가계대출은 억제해야 하고 기업대출은 늘려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금리 방향에도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은행들이 생산적 금융 전환이라는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기업대출 유치를 위한 영업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가계대출에는 소극적, 기업대출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은행들의 태도는 최근 대출 잔액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864조918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0조1932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잔액이 611조6081억원에서 611조3327억원으로 역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이는 지난해 4월 말 기준 기업대출이 전년 말 대비 10조6565억원, 가계대출이 8조9498억원 증가했던 것과도 확연히 비교된다.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 증가폭이 두 배가량 늘었는데 작년 한 해 잔액 증가분이 24조1029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4개월 만에 전년 실적의 83.8%를 달성한 셈이다.
가계·기업대출 간 금리 역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의 뚜렷한 정책 기조에 따라 은행들도 가계대출 축소, 기업대출 확대라는 방향성을 굳혔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은행의 대출태도 지수는 가계 주택이 -8, 가계 일반이 -3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낸 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3, 0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태도는 강화, 기업대출 태도는 완화 또는 전 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1분기에도 가계 주택·일반 대출은 각각 -6, -8,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은 각각 11, 3을 기록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일각에선 공격적인 기업대출 확대가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등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가계대출 금리는 더 내리기 어려워진다”면서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기업대출을 늘리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은행 간에 출혈적 금리 인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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