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강원도 고성서 ‘제 16회 한국 잼버리’
“위축된 한국 스카우트에 전환점 될 것”
스카우트 외교 매진하며 재도약 구상 중
“청소년 투자보다 더 가치 있는 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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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희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연맹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준규·전새날 기자] “새만금잼버리로 매도당했던 한국 스카우트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이찬희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는 오는 8월 강원 고성에서 열리는 ‘제16회 한국 잼버리’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입시 중심 교육과 학령인구 감소, 코로나19 팬데믹, 2023년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아픔이 고루 뭉쳐 스카우트연맹의 활동이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하면서 올해 잼버리가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년 대원이, 스카우트 총재로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스카우트연맹 회관에서 만난 이 총재는 단정한 스카우트 단복 차림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스카우트의 상징인 항건(스카프)을 목에 두르고 빨간, 노랑, 검정, 초록, 파랑 오색 끈을 엮어 만든 조임으로 고정했다. 조임은 올해 한국 잼버리의 엠블럼을 본딴 것인데, 솔방울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이라고 했다.
총재는 스카프 위에 나무 비즈 2개가 달린 우드배지도 걸었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상급 지도자 훈련을 수료한 이들만 달 수 있는 상징이다. “비박(Biwak, 야외에서 하룻밤 지내는 일)을 비롯한 갖은 훈련을 통과해서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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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6회 한국잼버리 공식 엠블럼. 솔방울 모양을 본딴 디자인이다. |
방긋 웃는 얼굴로 뿌듯하게 말한 그는, 사실 누구나 우러러볼 만한 사회적 성취를 이룬 인물이다. 수십 년 법조인으로 살며 서울지방변호사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냈다. 지금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변호사도 맡고 있다. 하지만 스카우트로서 그는 여전히 도전하고 이룰 게 많다고 했다.
수십년 전 그는 소년 스카우트 대원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참가했던 잼버리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외국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들과 춤추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면서 ‘세상이 정말 넓구나’를 처음 느꼈어요. 인간에 대한 존중과 다양성을 어렴풋이 경험했습니다. 그게 법조인으로 살아가는 데도 핵심 기반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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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희 총재는 이달 6일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세계스카우트연맹 아시아 · 태평양사무국(APR Office)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교류했다. [한국스카우트연맹 페이스북] |
‘스카우트 외교’ 집중
이찬희 총재는 2024년 2월 총재직을 맡고 나서 ‘스카우트 외교’에 팔을 걷어붙였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글로벌 연맹끼리 소통이 끊겼단 판단에서다. 이달 초엔 필리핀 마닐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 스카우트연맹과 현지 연맹 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한국 잼버리 준비 과정을 소개하고 아시아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홍보했다. 스카우트연맹 총재직은 무보수 명예직, 그는 외국 출장 때마다 사비를 들여 움직인다.
아시아는 글로벌 스카우트 운동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했다.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은 약 5700만명. 이 가운데 65%가 아시아 국가의 대원들이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방글라데시가 주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스카우트 대원은 2만명 남짓. 전성기 시절(40만명)을 돌이켜 보면 단세가 크게 줄었다. 정부의 관심이나 재정 지원도 과거와 비교하기 어렵다.
이 총재는 “스카우트 지도자의 헌신과 대원들의 애정으로 한국 스카우트의 명맥이 어이지고 있다”며 “올해 잼버리를 민간 주도로 성공리에 열어서 스카우트의 재도약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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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특별자치도 세계잼버리수련장 [한국스카우트연맹 페이스북] |
예산 빠듯하지만…스카우트 진수를 보여줄 것
올해 한국 잼버리가 열리는 고성은 1991년 17번째 세계 잼버리가 열렸던 곳이다. 전 세계에서 온 1만9000여명이 9일간 대화합을 이뤄낸 성공의 기억이 깃든 장소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은 2023년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올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총재는 “정치나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오로지 스카우트 중심의 행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20여개 나라에서 온 청소년을 비롯해 3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하지만 소외계층부터 새터민,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 다양한 배경의 청소년들이 어울리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요즘 청소년들은 휴대폰과 학원, 콘크리트 건물 속에 갇혀 살아간다”며 “야영을 하다 보면 처음엔 다 스마트폰만 보다가 어느 순간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스카우트 놀이를 하면서 친해진다. 그러면서 ‘더 재밌는 세상이 있구나’를 처음 경험한다”고 말했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은 법조인, 의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도자들이 법률·의료·안전 대응 체계를 마련했다. 학교 현장에선 현장학습 등 학교 밖 활동이 위축되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문제없이 야영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이 총재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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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희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연맹회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올해 한국 잼버리 예산은 12억~15억원 정도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대상에서 빠져서 연맹이 모든 재정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대원들의 참가비로 4억원 가량을 충당하고 나머지는 후원자들의 십시일반으로 채울 계획이다.
법조인으로 살아온 이 총재도 누군가를 찾아가 후원금을 요청하는 건 낯선 일이었다. 그래도 청소년 교육의 미래가치를 내세우면 ‘이 변호사가 그렇다면 우리가 지원하겠다’는 지지를 받아보니 이젠 거리낌 없이 투자를 부탁하게 됐다. 그는 “소액이든 거액이든 흔쾌히 보탬이 되어 준 분들이 많다. 다만 모집 목표액에 아직 크게 부족해서 열심히 다니고 있다”며 “청소년의 미래를 위해 뜻을 보태주실 분들이 관심을 보내주시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투자보다 큰 의미 있는 건 없어”
이 총재가 건넨 명함 한 장에는 삼성 준감위 위원장, 연세대 로스쿨 특임교수, 율촌 상임고문 그리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직함이 한데 새겨져 있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하느냐 물었더니 “삼성이나 율촌이 들으면 섭섭해하겠지만 스카우트연맹이 제 머리와 몸을 가장 많이 지배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삼성의 준법 경영이든 율촌의 사회적 공헌활동이든 상당히 의미 있다고 봐요. 그런데 청소년에 대한 투자와 봉사는 또 다른 차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봐요.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까지 무너졌을 때도 ‘이 회사가 이 정도 평가받을 회사가 아니다’는 낙관론과 신뢰가 있었죠. 저는 스카우트도 그런 저력이 있다고 봅니다. 유아부터 청소년, 성인과 원로까지 3~4대가 함께 할 수 있는 단체는 스카우트가 유일하니까요.”
1965년 충청남도 천안에서 태어나 서울 용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서 법학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거쳤다. 1998년 사법시험(40회)에 합격해 사법연수원(30기)을 수료한 뒤로 줄곧 변호사로서 공익활동에 매진했다.
2017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제94대), 2019년 대한변호사협회장(50대)을 지냈고 2022년부터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2~4기)을 맡고 있다.
홍익대, 가천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연세대 로스쿨에서 특임교수로 강의한다. 2024년 2월 한국스카우트연맹 17대 총재로 취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