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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의 심장부에는 희토류가 뛰고 있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고, 전기차 모터를 회전시키며, 풍력터빈의 날개를 돌리는 힘의 근원이다. 특히 영구자석의 성능을 결정하는 터븀·디스프로슘 등 중희토류는 중국 남부와 미얀마 일대에 집중 매장돼 있어 확보 자체가 곧 지정학적 과제가 됐다. AI가 촉발한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수요는 폭발적으로 팽창하는데 미·중 패권 경쟁과 정·제련 기술의 높은 장벽, 환경 오염이라는 삼중고가 공급망을 옥죄고 있다. 희토류는 이제 단순한 광물이 아니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변수다.
이러한 긴장감 속에서 브라질이 소리 없이, 그러나 신속하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2025년 자료를 보면 브라질의 희토류 매장량은 2100만톤으로, 중국(4400만톤) 다음가는 세계 2위 규모다. 중국이 연간 27만톤을 채굴할 때 브라질은 2000톤을 생산해 왔는데, 뒤집어 생각하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분리·정제 설비나 자석 공장은 아직 초기 수준이지만, 여러 프로젝트가 가동되며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일본 심해에서, 그린란드의 빙하 아래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땅속에서도 희토류를 찾는 시대다. 브라질에는 중희토류가 풍부한 이온흡착형 매장지가 곳곳에 분포해 있어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다. 브라질광업협회(IBRAM)는 2026~2030년 브라질 희토류 부문 투자액이 2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선점 경쟁의 총성은 이미 울렸다. 미국의 USA 레어어스는 브라질 최대 희토류 상업 생산 광산 운영사인 세하 베르지와 28억달러 규모의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이 광산에서 생산된 희토류는 미국 정부 기관과 민간 자본이 출자한 특수목적법인과 15년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분리·정제련은 프랑스·미국, 자석 제조는 미국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캐나다의 아클라라 리소시스는 브라질산 희토류 농축액을 미국 루이지애나로 이송해 정제하는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중국 CNMC는 희토류·주석·니오븀이 함께 매장된 피팅가 광산 운영사를 통째로 인수했다.
브라질 정부의 의지 또한 확고하다. 국가 주도로 희토류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한편, 스텔란티스, 이베코, WEG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민관 합동 프로젝트 ‘마그브라스(MagBras)’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광물 채굴부터 영구자석 제조, 그리고 최종 완성품 생산에 이르는 자국 내 밸류체인 구축을 그리고 있다. ‘자원을 파는 나라’에서 ‘첨단 산업을 키우는 나라’로 도약하겠다는 브라질의 굳은 의지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고 있다.
우리 기업에 기회의 창은 여전히 열려 있다. 현지 정부 및 기업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서둘러야 하며 특히 투자 유치가 절실한 초기 광산 프로젝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광산 지분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현지 분리·정제 시설 및 영구자석 공장에 직접 투자해 인접국 시장 수익과 국내 전략 물량 확보 모두를 공략할 수 있다.
이미 철광석, 니오븀, 실리콘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우리 산업의 금속 공급망을 뒷받침해 온 브라질은 검증된 파트너다. 첨단산업의 판도가 재편되는 지금, 브라질을 희토류를 포함한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포섭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브라질은 원유와 석유제품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바이오 연료 분야에서도 최적의 협력 파트너다.
지난 룰라 대통령 방한으로 한-브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돼 양국 공급망 협력이 본궤도에 오른 만큼 상생의 동반자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신재훈 코트라 상파울루 무역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