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고차 수출산업 붕괴 위기… “더 늦으면 부산·평택·당진으로 물동량 분산

한국중고차수출산업협회, 입장문 발표… “산업 현실 반영한 제도 개선 시급”
중고차 수출 생태계, 행정 공백·정책 혼선·부지 불안정·제도 미비 속에서 흔들려
박찬대 후보의 글로벌 AI 오토밸리 구축 공약 환영

인천 연수구 송도 중고차 수출단지 야적장 전경.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 중고차 수출산업이 심각한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수십 년간 인천항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대한민국 최대 중고차 수출 생태계가 행정 공백과 정책 혼선, 부지 불안정, 제도 미비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업계의 경고가 나왔다.

(사)한국중고차수출산업협회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인천 중고차 수출 물동량이 부산항·평택항·당진항 등 타 항만으로 분산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더 이상 현장의 희생만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산업을 유지할 수 없다”고 그 심각성을 언급했다.

현재 인천 연수구 송도유원지 일대 중고차 수출 현장은 연간 약 90만 대 규모의 대한민국 중고차 수출을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 환경은 대한민국 최대 수출 거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협회는 “현장에는 제대로 된 공공 화장실조차 부족한 상황인데다가, 현장 종사자들은 반복되는 민원과 단속, 계속 오르는 임대료,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정한 부지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인천항을 지켜왔다”며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임시 야적장 사용자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 세계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정책은 과거에 머물러”

업계는 중고차 수출산업이 이미 단순 차량 거래를 넘어 항만·물류·운송·정비·부품·통관·금융 산업이 연결된 국가 수출산업 규모로 성장했음에도 정책과 행정은 여전히 내수 중심 자동차 매매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동차수출업자의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온라인 자동차 매매정보 이용과 차량 확보, 경매 참여 등 핵심 유통 구조에서 배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현재 온라인 자동차 매매정보제공업 구조에서는 자동차매매업자 중심 체계만 존재하고 중고차 수출업은 법적 지위가 불명확한 상태”라며 “향후 자본력이 있는 일부 대형 플랫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경우 영세·중소 수출업체들은 차량 확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한 플랫폼 이용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중고차 수출산업 전체 생태계와 연결된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AI 단속 이전에 산업 현실 반영한 관리체계 필요

최근 논의되는 AI 기반 불법 방치 차량 관리 정책과 관련해서도 업계는 현실을 반영한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현장에는 실제 수출을 준비 중인 차량과 장기 방치 차량이 혼재돼 있는데, 이를 단순 단속 중심으로 접근할 경우 정상적인 수출업체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AI 시스템은 정상 수출 차량, 통관 대기 차량, 장기 방치 차량, 무단 적치 차량 등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축돼야 한다”며 “산업 현실을 반영한 관리체계가 전제되지 않으면 현장 혼란만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생존권 보장을 꼽았다.

협회는 “정치권과 행정은 미래 조감도와 개발 비전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당장 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차량을 보관하고 영업할 수 있는 공공형 대체부지와 최소한의 영업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 세관, 업계가 공동 참여하는 ‘인천 중고차 수출 통합관리센터’ 구축 필요성도 제안했다.

협회는 “수출 차량 전산 관리와 실시간 야적 관리, 방치 차량 분류, 민원 대응, 수출 물류 데이터 관리 등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며 “이것이 향후 AI 기반 산업체계로 발전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오토밸리 실패 원인부터 책임 있게 정리해야”

협회는 기존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과 정책 정리 역시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스마트 오토밸리는 이미 건축허가까지 완료됐던 사업이지만 사업 중단 이후 무엇이 문제였고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공식 평가와 책임 있는 설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IPA의 중고차 수출단지 관련 용역 역시 현장에서는 또다시 결론 없는 반복 용역과 정책 지연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며 “업계와 현장 이해관계자의 실질적인 참여 없이 용역 중심 행정만 반복될 경우 정책은 생산되지만 실행은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수출말소·금융지원·K-부품 전략까지 전면 개편 필요

협회는 수출말소 제도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현재 국내 제도는 차량을 수출하기 전 사실상 영구 말소를 먼저 진행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해외 계약 취소나 선적 지연이 발생할 경우 재등록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협회는 일본 사례처럼 ‘수출 예정 일시 말소’ 또는 ‘수출말소 가등록’ 제도를 도입해 실제 수출 확인 이후 최종 말소를 처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차량 매입부터 선적, 수출대금 회수까지 상당한 운영자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위험 업종으로 분류돼 금융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정부와 지자체는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 수출입은행 등과 연계해 수출채권 기반 금융과 선적 전 운영자금 지원, 수출보험 연계 보증체계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동·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 주요 수출국을 겨냥한 ‘중고차+K-부품 패키지 수출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차량 판매를 넘어 정비용 부품 키트와 인증 대체부품, 물류·정비 서비스까지 결합된 수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차량 1대당 수출 부가가치를 높이고 인천항을 글로벌 자동차 수출 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찬대 후보 개선 공약 발표 환영… 존엄과 안정 속에서 일할 수 있길 기대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인천시장 후보는 최근 ‘글로벌 AI 오토밸리 구축’ 및 ‘AI 기반 불법 방치 차량 관리체계 구축’ 공약을 발표했다.

또 정지열 연수구청장 후보, 남궁형 제물포구청장 후보와 함께 인천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한 공동 정책 기조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인천 미래산업 발전과 도시 경쟁력 강화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하고 환영한다”면서도 “이제는 선언적 공약과 보여주기식 개발 계획을 넘어 산업 종사자들이 최소한의 존엄과 안정 속에서 일할 수 있는 현실부터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