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소비패턴 변화…”기름은 조금씩, 쇼핑은 꼭 필요한 것만”

주유량 감소·외식 둔화·의류 판매 위축…저소득층 소비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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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

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자체가 급감한 것은 아니지만 주유 습관이 달라지고, 외식과 의류·가구 구매를 줄이는 등 생활 전반에서 지출을 재조정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와 외식업체 경영진들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소비를 이어가고 있지만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출 축소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월마트(Walmart), 맥도날드(McDonald’s), 달러제너럴(Dollar General) 등 주요 기업들은 소비 회복력을 인정하면서도 저소득 가계의 소비 위축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최근까지는 소득세 환급금이 소비를 지탱했지만 환급 효과가 사라질 경우 고유가와 식료품, 의류, 보험료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 부담이 본격적으로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가득 채우지 않고 조금씩 주유”

유가 상승의 영향은 주유 습관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코스트코(Costco), 샘스클럽(Sam’s Club), BJ’s 홀세일클럽 등 회원제 창고형 매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름값 덕분에 주유소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개솔린 탱크를 가득 채우지 않고 있다.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 존 데이비드 레이니는 “월마트 고객과 샘스클럽 회원들의 평균 주유량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방문당 10갤런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소비자 부담 증가의 신호로 해석했다.

코스트코도 비슷한 현상을 확인했다. 게리 밀러칩 CFO는 “회원들이 기름값이 더 오를 것을 우려해 탱크가 거의 비어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중간 조금씩 주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전체 휘발유 판매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편의점 주유소는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편의점협회(NACS)에 따르면 130개 편의점 체인을 분석한 결과 올해 3~4월 주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감소했다. 매장 내 판매도 10.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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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

●외식은 유지되지만 균열 조짐

외식 소비는 아직 비교적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전미레스토랑협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에 따르면 세금 환급금 영향으로 전쟁 초기 두 달 동안 외식 수요는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Circana는 4월 미국 식당 방문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외식 지출은 2.6% 증가했는데, 이는 대부분 메뉴 가격 인상 때문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 위축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맥도날드의 크리스 켐프친스키 CEO는 연소득 4만5000달러 이하 가구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시점부터 패스트푸드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들어 감소세가 더욱 빨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갤런당 4달러 수준의 휘발유 가격이 이들 소비자를 다시 외식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식 컨설팅업체 Revenue Management Solutions는 최근 4년간 총 146억 건의 식당 거래를 분석한 결과 휘발유 가격이 오를수록 외식 빈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은 지난 3월 31일 이후에는 그 영향이 두 배로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식료품도 ‘계획 구매’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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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

식료품 구매 습관도 변하고 있다.

8개 매장을 운영하는 슈퍼마켓 체인 Stew Leonard’s의 스튜 레너드 사장은 소비자들이 고기를 대량 구매해 냉동 보관하거나 시식 행사 상품 구매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쇼핑 목록에 있는 물건만 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제너럴의 토드 바소스 CEO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면서 연소득 10만달러 이상 소비자들까지 할인점 이용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주요 고객층인 중·저소득 농촌 지역 소비자들은 식료품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켄터키주 라그레인지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는 고기를 할인할 때 대량 구매하고, 손질된 과일 대신 통과일을 구입하며, 반려견 간식으로 사던 40달러짜리 가죽껌 구매도 줄였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의류·가구 판매 감소…창고형 할인매장 선호

비필수 소비재 시장은 더욱 뚜렷한 영향을 받고 있다.시장조사업체 Circana의 마셜 코헨 수석 리테일 고문에 따르면 4월 25일부터 5월 23일까지 미국 소매업체들의 비식료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했다. 생활용품과 의류, 신바르 스포츠용품 등이 모두 5~7%의 감소폭을 나타냈다.반면 장난감과 뷰티 제품은 판매 수량이 각각 8% 이상 증가하며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다.

위치정보 분석업체 Placer.ai는 휴대전화 이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월 초부터 코스트코, 샘스클럽, BJ’s 주유소 방문이 급증했으며 5월 초 이후에는 의류, 전자제품, 가구 매장 방문객 수가 4주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식료품점과 달러스토어 방문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소비자들이 소비를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인해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명확히 구분하는 방향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출 압박이 커지고 있어 향후 소비 경기 둔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황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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