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 육탄 수비로 다 막아낸 ‘다윗’
보지냐 “어머니집 큰 잔치 열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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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2026 북중미 월드컵 H조 1차전에서 스페인의 슈팅을 막아내고 있는 카보베르데의 골키퍼 보지냐. [이미진이미지] |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인구 52만 명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우승후보 로 꼽히는 ‘무적함대’ 스페인의 발목을 붙들었다.
카보베르데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스페인과 0-0으로 비겼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교해도 무리가 아닌 대결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의 스페인은 ‘신성’ 라민 야말(바르셀로나), 마르크 쿠쿠레야(첼시), 로드리(맨체스터 시티) 등 세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강호다. 이번 대회 전문가들과 전문 매체가 첫 손에 꼽고 있는 우승 후보다.
반면, 국명마저 생소한 카보베르데는 무명 선수들로만 전열이 채워진 ‘약팀’이다. 세계랭킹은 67위로, 월드컵 출전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지 않았다면, 본선에 오르지 못했을 팀을 꼽을 때 첫손에 들어가곤 했다. 500여년간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다 1975년에야 독립한 아프리카 국가다.
지난 2002년 한일 대회부터 월드컵 예선에 꾸준히 도전해 왔고, 이번 아프리카 예선 D조에서 ‘전통의 강호’ 카메룬을 제치고 조 1위(7승 2무 1패)로 사상 첫 본선행 티켓을 품에 안았다.
선수들의 지명도, 실력, 경험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스페인이 이런 카보베르데를 상대로 무승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은 없다시피했다.
세부 지표상 스페인은 무려 804개의 패스를 시도해 745개를 성공(성공률 약 93%)시키며 카보베르데(총 패스 시도 304개)를 한쪽 진영에 가둬 놓고 일방적으로 두들겼다. 말 그대로 파상공세였다. 페널티 박스 안팎을 가리지 않고 27차례의 슈팅을 쏟아부었고 측면에서 40개의 크로스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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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H조 스페인-카보베르데 경기에서 스페인의 가비(왼쪽)가 카보베르데의 라이언 멘데스와 치열한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
그러나 카보베르데는 끈끈한 조직력과 육탄 방어로 스페인의 맹폭을 버텼다. 치명적인 상황을 피해내 스페인의 유효 슈팅은 7개, 크로스가 동료에게 정확히 연결된 것도 단 6개로 막아냈다. 특히 90분 내내 이어진 스페인의 슈팅 중 6개가 카보베르데 수비수들의 몸을 날린 ‘블록’에 가로막혔다.
0-0 무승부를 알리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스페인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처음 오른 월드컵 무대에서 귀중한 승점 1을 따낸 카보베르데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서로를 부둥켜안고 환호했다.
이 역사적인 승점 1을 지켜낸 최후의 방패는 40세의 베테랑 수문장 보지냐였다. 보지냐는 나이가 무색하게 90분 내내 끈질긴 집중력을 발휘하며 스페인의 포격을 온몸으로 튕겨냈다.
보지냐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 그리고 모든 카보베르데 국민이 무척 자랑스럽고 행복한 심정일 것”이라며 “우리는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포르투갈 프로축구 2부 리그 샤베스에서 뛰는 보지냐는 불혹의 나이에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월드컵은 처음이지만, 2012년 국가대표 데뷔 이래 총 88번의 A매치에 출전하며 카보베르데 역대 최다 출장 2위에 올라 있는 ‘축구 영웅’이다.
이날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 그는 “고향 어머니 집에서 큰 잔치가 열릴 것”이라며 “어머니가 현장에 오시지 못해 슬퍼하셨지만, 이 영광을 카보베르데의 모든 국민에게 바친다”고 덧붙였다.
페드루 브리투 카보베르데 감독 역시 “이날 우리는 탄탄한 조직력과 굴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줬다. 끊임없이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회복력’이야말로 카보베르데의 참모습임을 증명해냈다”며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