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야 살아있는 느낌”…김재중이 배우·가수·대표로 살아가는 법 [인터뷰]

영화 ‘신사: 악귀의 속삭임’ 명진 役
미대 출신의 세련된 박수무당 연기
14년 만에 스크린 복귀 “호러 호기심”

 

가수 겸 배우 김재중 [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쉬라고들 하는데, 쉬면 아파요.”

멈추지 않는 사람에게 쉼은 휴식보다 불안에 가깝다. 김재중은 데뷔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음반 작업을 하고, 무대에서 팬들을 만난다. 스크린과 안방을 넘나드는 배우이자, 지난 2023년에는 후배 아티스트를 키우는 제작자이면서 경영인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들어보니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이 이어지는 삶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래야 오히려 멘탈이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영화 ‘신사: 악귀의 속삭임’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극 중 주인공 ‘명진’을 연기한 김재중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자칼이 온다’(2012) 이후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다. 배우 김재중으로서는 드라마 ‘나쁜 기억 지우개’ 이후 다시 연기자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그와 함께 신작에 대한 이야기부터 가수이자 배우, 그리고 경영자로 살아가고 있는 그의 책임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제 모습을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보여드린다는 게 감회가 새로워요. 너무 오랜만에 하는 연기다 보니 어색하기도 했고요. 저에게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시도이기도 해서 관객분들도 함께 새로운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국내 미스터리 장르 전문 제작사 미스터리픽처스가 제작하고 일본 장르영화의 대표 주자인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한일 합작 영화다. 일본 고베의 폐신사에 답사를 갔던 대학생 세 명이 실종되고, 박수무당 ‘명진’이 사건을 파헤치며 기이한 악귀와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K-샤머니즘과 J-호러를 결합해 기존 오컬트 영화와는 또 다른 공포 체험을 선사한다.

김재중은 미대 출신의 세련된 박수무당 명진 역을 맡아 강렬한 접신 연기와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그의 첫 호러 장르 도전이다.

“언제쯤 한 번 호러에 도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막상 기회가 오니까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일본 감독님이 이 시나리오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도 궁금했고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저를 자극할 만한 요소가 많은 작품이었죠.”

대학 후배 유미(공성하 분)의 다급한 요청에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 명진은 절제된 인물로 비춰진다. 기묘하고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도 그는 극의 중심을 단단히 붙들며 마지막까지 서사의 열쇠 역할을 해낸다. 박수무당이지만 악귀를 쫓는 다크 히어로에 가깝고, ‘젠틀’과 ‘세련’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실제 김재중과도 닮았다.

[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다만 배우 김재중으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마블 영화를 보면 히어로들도 독특한 코스튬을 입고 나오잖아요. 사실 저도 박수무당 연기를 하게 됐을 때는 그런 각오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캐주얼한 수트를 입는 캐릭터여서 그런 기회가 없었던 게 조금 아쉽긴 했어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와 완성된 영화 속 명진은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김재중은 “초반 대본 속 명진은 지금보다 훨씬 다이내믹한 친구였다. 평범한 청년의 모습도 있었다”면서 “그런데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캐릭터가 많이 차분해지고 어두워졌다.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영화는 일본 고베 폐신사와 한국 샤머니즘, 여기에 힌두교 악귀 라크샤사 설정까지 더하면서 다양한 신앙을 섞고 엮는다. 때문에 감독은 김재중에게 ‘박수무당’이라는 설정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기를 바랐다. 대신 김재중은 과거의 어떠한 사건들로 인해 감정적으로 소진된 상태이지만, 마음속에 자기 의심과 확신이 동시에 남아 있는 명진이라는 인물을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감독님이 한국 무당에 대한 고증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인물 자체가 기도하거나 절을 올리는 전형적인 무당의 모습을 활용하고는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답답함과 고독함을 동시에 가진 친구이기 때문이죠. 기억도 온전히 하지 못하고, 감정을 제대로 표출할 수도 없는 상태인 인물을 잘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시사회 등을 통해 영화가 먼저 공개된 후, 관객들 사이에서는 작중 명진이 불경을 외는 것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재중은 “촬영할 때도 감독님께 ‘무당이 불경을 외워도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내가 책임진다’고 하셨다”며 “감독님이 그것조차 판타지로 받아들이고 계시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좋게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샤머니즘 세계관은 김재중의 개인적인 경험과도 묘하게 맞닿아 있다. 김재중은 어린 시절 “종교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보냈다며 운을 뗐다. 가장 절박한 상황에서 샤머니즘에 기댄 적이 있다는 경험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스님이 부적을 써주고, 무당도 부적을 써주는 그런 동네에서 자랐어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믿지 않으며 살았죠. 물론 살아 보니 절박한 순간이 찾아오고, 그때마다 신도 찾고, 절도 다녀보고, 부적을 쓴 적도 있어요. 그런데 돈을 썼다고 해결되는 건 없더라고요. 지금은 그런 믿음에 기대지 않아도 될 만큼 스스로 단단해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찾은 촬영 현장은 그에게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을 다시 일깨워줬다. 하지만 배우에 대한 김재중의 마음가짐은 여전히 신중하다. 현실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쉬면서 감각이 무뎌졌나 했는데, 다시 연기를 해보니까 정말 매력 있는 직업이라는 걸 다시 느꼈어요. 물론 현실적으로 배우 활동을 자주하기는 쉽지 않아요.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작품 하나를 위해 몇 달씩 시간을 쓰는 게 어렵거든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작품을 하게 되면, 같이 일하는 분들께 폐만 끼치는 게 되지 않을까요.”

가수 겸 배우 김재중 [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기획사 ‘인코드’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전략책임자, 가수, 그리고 배우까지.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 1순위가 무엇인지 물었다. 고민 없이 답이 돌아왔다.

“저는 결국 가수로 데뷔한 사람이잖아요. 음악을 만들고 공연하는 것이 기본값이라고 생각해요. 엔터테이너로서 다양한 즐거움을 드리는 게 평생의 숙제죠.”

그렇다고 기획사를 이끄는 일에 양보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대표가 열심히 일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그는 엔터테이너와 경영자라는 두 얼굴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인터뷰는 결국 ‘일’로 시작해 ‘일’에 대한 이야기로 끝났다.

“엔터테이너로서는 따뜻함을 유지해야 하고, 경영자로서는 냉정해야 해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가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이렇게 사는 게 가끔 힘에 부칠 때도 있는데요. 저는 쉬면 더 아픈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해보지 않고 멈춰 있는 삶은 저한테 살아 있는 느낌이 아니에요. 힘들어도 앞으로 가는 게 저한테는 더 자연스러운 삶인 것 같아요.”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