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종전 합의됐지만…” 기름값·식료품·항공권 고물가 당분간 지속된다

미-이란 극적 종전 합의에도 전문가들 “소비자 체감까지 상당한 시차 걸릴 것” 경고
유가 120달러 선에서 80달러로 급락…정유사 원자재 선매입 구조로 주유소 반영은 거북이걸음

전 세계 비료 30% 묶였던 호르무즈 해협, 공급망 마비 여파에 내년까지 전방위 후유증 우려

종전합의에도고물가당분간지속
<AP=연합>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잠정 합의가 전격 도출되면서 글로벌 시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전쟁 기간 급등했던 휘발유, 식료품, 항공권 등 생활 물가가 단기간에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이 나왔다. 중동발 유가는 빠르게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이미 망가진 글로벌 공급망과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누적되어 고물가의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브레트 하우스(Brett House)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3개월간의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당장 글로벌 소비자의 형편이 나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거의 모든 지표를 살펴볼 때 이번 전쟁으로 인해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이전보다 훨씬 악화된 상태”라고 우려를 표했다.

기름값: 배럴당 120달러→80달러 급락…그러나 주유소 반영은 ‘수주일’ 걸려

종전 합의 소식이 전해진 15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전쟁 발발 전 가격인 67달러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종전 중 기록했던 최고치인 120달러 돌파 시절과 비교하면 크게 안정된 수치다.

그러나 비영리 에너지정책연구재단(EPRF)의 마이클 린치(Michael Lynch) 연구원은 “정유사들은 통상 한 달 이상 이전에 원유를 선매입하기 때문에 원유 가격 하락이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며 “저렴해진 원자재가 정제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배달되기까지는 수주일의 시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크 바르토(Mark Barteau) 텍사스 A&M 대학 교수는 미국 서부 해안처럼 정제 능력이 부족한 지역은 주유소 가격 인하가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일부 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번 공급 충격으로 휴교령이나 공공기관 재택근무 조치까지 단행했던 만큼,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매우 긴 여정이 될 전망이다.

항공권: “올여름 휴가철 인하는 불가능”…유류할증료 먼저 인하 기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여행객들이 기대하는 항공권 가격 인하 역시 당장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 역시 연료를 선매입하고 운항 스케줄을 수개월 전에 조정하기 때문이다.

하우스 교수는 “올여름 휴가철 중에는 비행기 표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다만 고든 호(Gordon Ho) 남가주대(USC) 경영대학원 교수는 “소비자들이 유가 하락을 이유로 강하게 항의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 외 일부 항공사들이 부과했던 ‘유류할증료(Fuel surcharges)’가 가장 먼저 인하 조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식료품·농가: 올해 미국 마켓 물가 3.2% 상승 전망…비료 부족 직격탄

데이비드 오르테가(David Ortega)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식료품 가격이 즉각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세계독립식료품점연합(IGA)에 따르면 식품 총비용에서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5%~30%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농가다. 전쟁 전 전 세계 비료 물량의 약 3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으나, 공급망이 끊기면서 비료 가격이 폭등했다. 현재 전 세계 농가들은 비료 없이 작물을 심거나 지나치게 비싼 값을 치르고 있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향후 수개월간 농작물 수확량 감소와 식량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파멸적 영향’을 경고했다.

네덜란드 라보은행(Rabobank)은 유럽의 전쟁발 식품 인플레이션이 내년 중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농무부(USDA) 역시 올해 미국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과거 평균치(2.6%)를 웃도는 3.2%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통·물류: 신발 물가 5.2% 급등…배송비 부담 올해 말까지 지속

미국 제화 업계는 가솔린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들이 학기 시작 전 쇼핑(Back-to-school)에 돈을 쓰길 기대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제조·물류 비용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디 폴크(Andy Polk) 미국신발유통소매협회(FDRA) 부회장은 “업계가 2~3개월 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다음 주문부터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반영될 것”이라며 “해상 운송비 부담이 2026년은 물론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신발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이미 5.2% 급등한 상태다.

물류 플랫폼 프레이토스(Freightos)의 유다 레빈(Judah Levine) 리서치 팀장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전 세계 컨테이너선 물동량의 2~3%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으며, 유가 상승으로 전 물류 업계가 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쉽스테이션 글로벌(ShipStation Global)의 조시 스타이니츠(Josh Steinitz) 최고전략책임자(CSO) 역시 “주요 물류 기업들이 부과한 유류할증료가 배송비에 고스란히 얹어져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배송비 상승과 품절 사태를 자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윤석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