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 및 기업 대표들이 MOU 체결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이진안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정관 산업부 장관, 김윤덕 국토부 장관. (연합)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약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주요 외신들도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외신들은 한국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며 대규모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다만 AI 투자 열기가 예상보다 빨리 식을 경우 공급과잉 위험이 커질 수 있고, 전력·용수·인재 확보와 정책의 지속성 등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변수라는 진단도 함께 내놨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이번 계획을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3대 메가 프로젝트’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대담한 산업 전략으로 소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민간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총 5760억달러(약 800조원)를 투자해 AI 시대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 기반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려는 구상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면서 한국이 글로벌 AI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국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규모 투자가 성공하려면 장기간 AI 수요가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도 짚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이종호 교수는 로이터에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엄청난 수준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20~30년 동안 수요가 유지된다면 이상적이지만 누구도 이를 확신할 수 없다. 수요가 감소하면 그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AI 기업들이 2025~2026년 데이터센터에 1조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메모리 수요 확대가 이번 증설의 직접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닝스타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징제위는 FT에 “신규 설비가 가동되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린다”며 “초기에는 수요가 공급을 웃돌지만 수요가 감소하는 시점에 최대 생산능력이 가동되면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프로젝트를 AI 산업의 성장 효과를 수도권 밖으로 확산시키려는 정부 전략으로 소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울 인근에 집중된 생산시설을 다변화해 서남권에 새로운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한편 정부가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지방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이번 프로젝트를 지방 활성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노린 정책으로 해석했다. 서울 집중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광주 등 서남권을 새로운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는 것은 지역균형 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이 대통령이 발표 행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향해 “국민의 미래를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려준 국가의 영웅”이라고 언급하며 고개를 숙이는 장면도 비중 있게 다뤘다. 다만 닛케이는 정부 주도 산업정책의 특성상 정권 교체에 따라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10년 이상 이어질 초대형 프로젝트의 지속성이 장기적인 변수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장기적인 투자가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에 활력이 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선두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절박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씨티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AI 투자 확대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며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투자회사 클레이는 이번 대규모 증설이 장기적인 메모리 수요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AI 투자 사이클 변화에 따라 공급과잉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