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50~60일간 ‘연속 공정’…관리 공백 시 전량 폐기 처분 위험
설비 부식 시 재가동에 수개월 소요…업계 “공급망 훼손 시 생존 위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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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모습. 인천=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의 항고심 심리가 마침내 종료되면서, 사법부가 바이오 연속공정 전체를 파업 금지 범위로 인정할지 법원의 최종 선고를 앞두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재판은 지난 4월 23일 법원이 사측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던 소송의 항고심으로, 생산 중단이 곧 자산 폐기로 직결되는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이 반영될지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조가 쟁의행위 기간 중 일부 필수 작업에 대해서는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전체 9개 작업 공정 중 배양 및 정제 공정은 제외하고, 원료의약품을 완성하고 보관하는 3개 공정에 대해서만 파업을 제한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1심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 기준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1심은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배양 및 정제 공정을 보안작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미 생산된 의약품 물질을 유지·보관에 적합한 형태로 조절하는 마무리 작업만을 보안작업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당 작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않을 경우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가 초래될 위험이 있는지 여부를 실질적으로 심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은 사용자의 재산권 보호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물적 생산수단의 훼손만큼은 방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하에 도입된 조항이다. 바이오 공정에서는 생산 중단이 곧 자산 폐기로 직결되는 만큼, 이번 항고심에서 이 같은 산업적 특수성이 법리에 반영될지가 핵심 쟁점이다.
바이오 업계가 법원의 판단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이 일반 제조업과 완전히 다른 생물학적 공정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은 세포주를 해동하는 순간부터 배양, 정제, 품질검사 등을 거쳐 최종 의약품이 완성되기까지 약 50~60일에 걸친 연속 공정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은 온도, 산소 농도, 영양분 공급 등 수십 개의 변수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환경에 전적으로 좌우된다.
만약 이 흐름이 단 한 번이라도 끊기면 세포의 성장 환경이 즉각적으로 변해 산출물의 품질 무결성은 비가역적으로 훼손된다. 즉, 공정이 멈추는 순간 단순한 생산 지연에 그치지 않고, 의약품 자체의 품질을 더 이상 보장할 수 없는 자산 폐기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바이오산업에서는 변질이나 부패의 개념 역시 일반 식품이나 원료와 다르게 해석되어야 한다. 세포가 물리적으로 사멸하거나 썩지 않더라도, 엄격하게 규정된 제조 절차를 벗어나는 순간 해당 배치는 의약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결국 변질과 부패를 가르는 실질적 기준은 외형적 상태가 아니라 제조 절차의 준수 여부에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전 과정이 엄격한 데이터로 기록되는 고도의 규제 산업이다. 정해진 공정 변수가 설계된 범위를 벗어나 공정 일탈이 발생할 경우, 해당 배치는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은 표준 품질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24시간 실시간 제어가 필수적인 연속 공정 특성상, 짧은 관리 공백만으로도 공정 안정성과 데이터 신뢰성에 중대한 손상이 발생해 전량 폐기 처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배양 및 정제 작업이 연속적으로 수행되지 않고 중단될 경우, 방치된 미생물과 단백질이 바이오리액터 표면에 응집 및 흡착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설비 표면의 산화와 부식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부식된 설비는 바이오의약품 제조 공정에 재사용할 수 없다. 해당 설비를 복구하더라도 가동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생산 재개 적합성 평가와 생산 품질 승인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이행해야 하며, 이 과정에 최소 수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만약 노조의 추가 파업으로 의약품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이는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선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에 따라 생산·공급되는 경우가 많아 생산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의 불안정성까지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는 “CDMO 비즈니스의 생명은 단연 공급의 안정성”이라며, “파업 등으로 공정이 멈춰 납기 지연이나 제품 폐기 사태가 벌어지면 글로벌 빅파마들은 이를 치명적인 공급망 리스크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신뢰가 깨지면 고객사들이 물량을 경쟁사로 돌리거나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결과로 이어져, 결국 회사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